"총수 일가에 이익 가능" 주장…현대차 "법령·절차 준수…참여연대 잘못 계산"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사업·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추진하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분할법인의 합병과 관련해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합병비율이 적정하게 산정된 것인지 의문"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은 기존의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해소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며 현대모비스 이사회에 질의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센터는 "현대차그룹은 상장회사 현대글로비스는 기준주가를, 비상장회사로 간주되는 현대모비스 분할법인은 본질가치를 반영해 분할합병비율을 산정했다고 하는데, 총수 일가의 지분이 높은 글로비스에 유리하게 산정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일가의 글로비스 지분은 29.9%에 달하는데 모비스 지분은 6.96%로 작아서 합병비율이 글로비스에 유리하게 정해지면 총수 일가가 이익을 보게 되며 이 경우 모비스 소액주주들은 손해를 본다는 지적이다.
센터는 합병비율에 관해 "모비스 분할법인(모듈 및 A/S 사업)의 영업이익·총자산이익이 존속법인(출자 및 핵심부품 사업)보다 월등히 높은데도 낮게 평가하고 분할법인의 합병 이후 매출총이익과 5년 뒤 영구성장률을 너무 낮게 추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삼일회계법인이 양사 '쌍방의 대리'로서 분할합병비율을 평가했으나,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두 거래당사자의 분할합병비율을 같은 회계법인이 평가하는 것은 금융감독원 가이드라인과 공인회계사 윤리규정 등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모비스 분할법인의 가치를 전체 모비스의 40%로 산정했는데, 만약 실제 가치가 50∼60% 수준이라면 총수 일가가 2천억∼4천억원가량 이익을 챙긴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이번 방안은 모비스를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놓으면서 사실상의 지주회사로 기능하도록 하기 때문에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자 대주주의 지배력 확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며 "이런 의혹에 대해 지속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현대차그룹은 입장문을 내고 "참여연대는 현대모비스 존속부문과 분할부문의 국내 사업 손익만을 기준으로 분석했다"면서 "모비스의 해외 종속회사 매출 비중이 지난해 기준 약 60%인 점 등을 고려하면 해외 자회사 실적을 포함해 두 부문의 수익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현대차그룹은 참여연대가 자체 평가를 통해 '모비스 분할법인의 합병 이후 매출총이익과 영구성장률도 낮게 추정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A/S부품 매출은 환율 영향을 받는데 작년 대비 올해 평균 추정환율이 하락하고 당분간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판단했으며, 기업 성장률도 장기적으로 보면 둔화할 것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했다는 게 그룹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모비스와 글로비스는 이번 출자구조 재편에 관해 3차례 투명경영위원회와 1차례 이사회를 통해 충분히 검토하고 설명했으며, 관련 법령과 절차를 준수했다"면서 "세부 사항은 참여연대에 직접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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