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일본 도시바(東芝)의 반도체 사업 매각이 중국 당국의 승인 지연으로 2차 시한도 넘길 처지가 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도시바는 반도체사업 부문인 도시바메모리의 매각 계약을 완료하기 위한 시한을 오는 5월 1일로 잡았으며, 이를 지키려면 이달 13일까지 중국 상무부의 승인이 나와야 하지만 12일 현재까지 지연되고 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도시바는 SK하이닉스, 베인캐피털을 포함한 한미일 연합에 반도체 사업을 2조엔(약 20조 원)에 넘기기로 합의하고 지난달 31일을 1차 시한으로 잡았으나 중국 당국의 미승인으로 불발됐다.
하지만 2차 목표로 잡은 13일을 코앞에 두고도 중국 당국에서는 어떤 진전도 나오지 않고 있으며, 상무부도 추가 정보를 요청한 것이 없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도시바는 그러나 반도체 매각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며, 중국 승인이 며칠 늦게 나오더라도 5월 1일 시한은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바가 중국 승인을 필요로 하는 것은 반도체 수요가 높은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메모리 매각안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브라질, 필리핀, 대만 등 7개국으로부터 모두 승인을 받았으나 중국 심사만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중국이 승인을 지연하는 것은 SK하이닉스가 일본 반도체 사업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우려해서라고 복수의 소식통들은 전했다.
중국 상무부 관료들은 도시바를 상대로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다. 반도체 가격 동결, SSD(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와 반도체 메모리 사업 분리 등이다.
만약 매각이 불발돼 재협상이 시작되면 도시바는 자금 측면에서 이득을 볼 수도 있다. 도시바가 타결한 매각 가격은 187억 달러(2조 엔)였지만 지금은 220억∼240억 달러에서 재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자금난에 시달려온 도시바는 당초 반도체 매각 자금을 긴급 수혈해 3월 말 상장 폐지 위기를 피하려 했으나 지난해 12월 6천억 엔 증자에 성공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도시바로서는 베인캐피털 연합과의 합의가 무산되면 최소한 세 가지 선택지를 갖게 될 것으로 블룸버그는 점쳤다.
매각 가격 인상 등 협상안 재조정, 반도체 사업 상장, 또는 반도체 사업 유지 등이다.
다만 이처럼 자금 상황에 여유가 생기자 일부 도시바 주주들은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헐값에 진행됐다"며 "매각을 중단하고 상장(IPO)을 하자"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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