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방송법 개정안 처리 문제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 문제로 여야가 '강(强)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개헌협상도 사실상 중단됐다. 여야는 지난 2일 한 달 일정으로 4월 임시국회를 열었으나 열흘이 넘도록 본회의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제출한 방송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약속하기까지는 의사일정에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야당을 설득할 만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에 휩싸인 김 원장에 대해선 보수야당은 물론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을 포함한 야 4당 모두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등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특히 정의당은 12일 오전 상무위원 회의를 열고 난상토론 끝에 "단지 과거 관행이었다는 핑계로 자격이 부족한 것을 부족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김 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응답자의 과반이 김 원장의 사퇴에 찬성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사퇴 여론이 거세지는 데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야당의 사퇴공세는 과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의 정국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국회의 개헌협상도 표류하고 있다. 여야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의하자 다음 날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와 별도로 원내대표 채널을 가동해 본격적인 개헌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4월 임시국회 공전과 맞물려 여야의 개헌협상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최대 쟁점인 권력구조 문제와 총리 선출 문제는 물론 6·13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할지 여부 등 어느 것 하나 합의점을 찾은 게 없다. 국회는 헌법 조항에 따라 '발의 60일 이내'인 5월 24일까지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가부(可否)를 의결해야 한다. 개헌안 의결을 위해선 재적 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므로 문 대통령의 개헌안이 국회 관문을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일 국회 차원의 개헌안을 마련하는 데 실패하고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는 일이 발생하면 개헌이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다. 여야가 조속히 국회 차원의 개헌안을 마련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에 필요한 실무적 절차 등을 고려하면 국회의 자체 개헌안은 5월 4일까지는 나와야 한다.
임시국회 파행, 원내 제1, 2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의 힘겨루기 등이 맞물려 개헌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공동입장문을 발표하고 조속한 개헌협상 타결을 촉구했다. 이들 야 3당의 원내대표와 헌정특위 간사들은 12일 "거대 양당의 진영 논리에 가로막힌 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개헌·선거제도 개혁 성사를 위한 정치권의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민주당에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찬반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분권과 협치를 실현할 정부형태에 대한 타협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당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같은 구체적인 대안을 명시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각 당 원내대표와 헌정특위 간사가 참여하는 '정치협상회의'를 가동할 것도 제안했다. 4월 임시국회는 방송법 문제와 김 원장의 거취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게 정상화되지 않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정국 상황이 이런 만큼 여야는 임시국회 정상화 문제와 별도로 개헌협상을 진행하는 대승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국회 정상화 협상과 개헌협상을 분리해 '투트랙'으로 진행하자는 얘기다. 모처럼 찾아온 개헌의 기회를 당리당략 때문에 놓치게 되면 정치권은 국민으로부터 엄한 질책을 받게 될 것이다. 임시국회의 공전에도 개헌협상은 중단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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