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역사 伊명품 브랜드 페라가모, 실적 부진에 변신 고민

입력 2018-04-12 16:46  

90년 역사 伊명품 브랜드 페라가모, 실적 부진에 변신 고민
온라인 부진에 순익 급감…회장 "트렌드에 영합하지 않겠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이탈리아의 명품 패션 기업인 페라가모가 왕년의 화려한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1일 보도했다.
90년의 역사를 가진 페라가모는 메릴린 먼로와 소피아 로렌 등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을 단골로 끌어들이면서 세계적인 패션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이 회사의 가죽 구두와 남성 실크 넥타이는 유명 브랜드의 반열에 올랐고 특히 여성 구두 브랜드인 바라(Vara)는 1970년대부터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았다.



페라가모는 2008년부터 2015년 사이에 매출이 2배나 늘어날 정도로 호시절을 누렸다. 공격적인 중국 시장 진출, 유로화 약세, 미국경제의 회복에 힘입은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실적 부진으로 변신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처지에 빠졌다. 지난해 매출이 소폭 감소했지만 순익은 무려 42%나 줄어들었으며 지난달에는 최고경영자(CEO)가 돌연 사임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실적이 이처럼 부진해진 것은 인터넷 판매를 소홀히 하면서 젊은 고객들을 놓치고 있는 데다 최근 수년간 제품 라인업에 전혀 변화가 없었던 탓으로 풀이되고 있다.
투자은행 제퍼리스에 따르면 인터넷 판매가 페라가모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를 밑돈다. 이에 반해 몽클레르와 생로랑 같은 브랜드는 그 비중이 3배에 달한다.


임시로 CEO를 겸하고 있는 페루치오 페라가모 회장은 지난주 언론 인터뷰에서 외부의 불안한 시선에 대해 회사의 장래를 여전히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 세계가 신속히 변하고 있어 어려운 시기지만 과거에도 많은 어려운 상황을 겪은 바 있다"고 밝히면서 "지금이 특별히 어려운 시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페라가모는 지난해 11월 새로운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했다. 페루치오 페라가모 회장은 새 사이트가 옛 사이트보다 더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LVMH 임원을 지내고 현재는 유명 패션 기업들을 상대로 컨설팅을 제공하는 콘체타 랑쇼는 페라가모가 지난 수년간 제품 라인업의 개선을 등한시했다고 꼬집었다. 패션 기업들이라면 6~10년마다 대폭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었다.
최근 밀라노 쇼핑가의 페라가모 판매점에서 만난 20대의 대만 여성은 "입고 싶은 옷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빈손으로 점포를 빠져나갔다.
창업자의 아들인 페루치오 페라가모 회장은 젊은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가능성은 배제했다. 그는 "트렌드에 영합하는 것은 가문의 DNA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페라가모의 브랜드 이미지가 퇴색한 데는 구두와 여성 의류, 남성 의류에 각기 헤드 디자이너를 둔 탓도 없지 않다. 이로 인해 페라가모다운 스타일을 선도할 뚜렷한 비전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페라가모는 그 돌파구로 알렉산더 맥퀸, 캘빈 클라인, 도나 카란 등에서 일한 폴 앤드루를 구두 담당 헤드 디자이너로 영입하고 여성 의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도 겸임토록 했다. 그는 남성 의류 담당 헤드 디자이너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페라가모의 매출에서 의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7%를 밑돈다. 하지만 컨설턴트인 랑쇼는 새로 선보이는 의류에 관심이 쏠린다면 브랜드 전체에 활력을 주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드루가 지난 2월 밀라노 패션쇼에서 처음으로 소개한 여성 의류 컬렉션은 엇갈린 반응을 얻었다. 많은 평론가로부터 찬사를 얻었지만 일부는 뛰어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에랄도 폴레토 CEO가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사임 의사를 밝힌 것도 2월이었다. 페루치오 페라가모 회장은 서로 비전이 달라 결별한 것이라고 말했다.
페라가모는 이탈리아의 구두 장인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1927년에 창업한 회사로, 2011년 기업공개를 마쳤으나 아직도 페라가모 가문이 70%의 지분을 갖고 있을 정도로 가족 기업의 성격이 짙다.
창업주의 자녀 가운데 4명, 손자 1명이 이사직을 맡고 있다. 창업주의 부인인 완다 밀레티 페라가모는 명예회장을 맡고 있으며 96세의 고령에도 매주 몇차례 회사에 나온다.
펜디와 구찌, 보테가 베네타를 포함한 많은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는 사업을 매각하고 프랑스 LVMH 그룹이나 케링 그룹의 산하로 들어간 상태다.
페루치오 페라가모 회장은 사업을 매각할 뜻이 없다고 말했지만 케링 그룹의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추측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약 40억 유로(5조3천억 원)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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