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부실시공에 따른 결과" vs 시공사 "구조적인 문제는 없어"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부산 해안가에 들어선 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지하주차장 벽면 내부에 물이 고이는 현상이 발견된 가운데 누수 원인으로 부실시공과 미흡한 배수시설이 거론된다.
12일 A 아파트 시공사 등에 따르면 이달 초 입주가 시작되면서 지하 5층 '슬러리월'(Slurry Wall)과 지하주차장 벽면 사이의 공간에 물이 차는 현상이 드러났다.
수위는 성인 발목 이상 높이로 양수기를 동원할 정도다. 최대 수위가 30㎝에 이를 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민들은 이런 현상이 부실시공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공사는 구조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누수 사태는 입주를 앞둔 주민들이 현장을 사전에 둘러보는 과정에서 확인돼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한 입주민은 "이렇게 많은 물이 지하에 고여 있는데도 시공사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슬러리월 시공은 4년 전인 2014년에 마무리됐고 누수의 영향으로 보이는 곰팡이와 철근 부위 부식 등이 지하 5층 주차장 외벽을 중심으로 발견되고 있다.
문제의 물이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있는 바닷물인지, 지하수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지하연속벽'으로 불리는 슬러리월은 땅속에 여러 개의 콘크리트 벽체를 연속적으로 설치해 연결하는 것으로 지하공법 중에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공사다.
다만, 슬러리월 간 연결부위의 마감을 제대로 해야 그 틈으로 누수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 만약의 누수나 결로 현상에 대비해 물을 한데 모으는 집수정 등 배수시설을 갖춰 건조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 아파트의 경우 지하가 6층까지 있는데 지하 구간에 200여 개의 슬러리월이 설치돼 있다. 지상에서 지하 6층까지 깊이는 20m가량이다.
지하 6층은 다른 층보다 면적이 좁게 설계돼 그 바로 위층인 지하 5층에 최종 배수시설을 갖췄다.
시공사 관계자는 "슬러리월의 규모가 상당히 커서 물의 양이 비교적 많다"며 "배수시설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 아파트는 바다에서 100m도 안 되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어서 슬러리월 시공에 따른 누수가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애초에 시공을 맡기로 했던 국내의 한 대형 건설사도 슬러리월의 누수 문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건설사는 이런 누수 외에 지급보증 금액의 규모와 공기 단축 요구 등을 이유로 현장에서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호 부산대 건축융합학부 교수는 "슬러리월은 해안과 가까운 지역에서 더러 사용하는 공법이며 연결부위 등으로 물이 들어올 수는 있다"면서도 "A 아파트는 이런 물이 건물 밖으로 즉시 배출되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수가 건물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물이 고이는 양과 걸리는 시간을 확인하고 배수시설을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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