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구 75대 특별안전점검도 지시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김동규 기자 = 제주도에서 12일 열기구 추락 사고로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현장에 조사관을 급파해 사고원인 조사에 나섰다.
국토부는 열기구가 운항 과정에서 안전기준을 위반한 사실이 없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 열기구 운항과 관련한 안전기준 자체가 허술해 당국도 사고 책임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열기구 추락 사고 직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관 3명을 제주로 급파해 사고원인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다"며 "관련법에 따라 안전기준을 지켰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은 초경량비행장치로 분류되는 열기구에 대해 등록 시 안전기준, 장치 기준, 비행 시 준수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열기구는 고도 150m 미만에서 시정이 5㎞ 이상 확보될 때 운항할 수 있다.
국토부 조사관들은 사고 열기구가 당시 제반 규정을 지켰는지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그러나 현행 항공 안전기준은 주위 바람에 민감한 열기구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열기구의 비행을 허용하는 주변 바람의 풍속 기준도 없고, 비행 때마다 당국이 주변 풍속을 점검하고 이륙 허가를 하는 식도 아니다.
다만 개별 열기구마다 견딜 수 있는 적정 바람 세기가 정해져 있고 이 한도 내에서 운행허가를 신청하면 보통 허가를 내주는 식이다.
사고 업체의 열기구는 15노트의 바람을 견딜 수 있는 사양인데, 운행허가를 신청할 때는 주변 풍속이 6노트 미만일 때 운항하겠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업체가 양심껏 주변 바람이 6노트 미만인 날씨에서 열기구를 띄우게 하는 식이고 당국이 이륙 허가를 하거나 사전 점검을 하지는 않았다.
터키 등 열기구 관광을 많이 하는 나라의 경우 비행 당일 주변 바람 상황을 기상 당국에서 실시간 점검하고 운항 허가를 내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운항 기준은 매우 느슨한 편이다.
특히 사고 열기구가 운행한 시각도 부적절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열기구는 보통 바람이 거의 없는 일출 전에 운항한다.
그러나 사고 열기구는 이날 오전 7시 40분께 운항을 시작했고, 사고를 당한 것은 8시 10분께였다.
이날 서귀포의 일출 시각은 오전 6시 8분이었다. 해가 뜨고 나서 한참 지난 후에 운항한 것이다.
국토부는 당시 열기구가 운항한 경로 주변에서 바람이 어느 정도로 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국토부는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해 각 지방항공청에 열기구 안전에 대한 긴급특별점검을 지시했다.
현재 각 관할 항공청별로 서울청 64대, 제주청 4대, 부산청 7대 등 75대의 열기구가 운행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11분께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북쪽에서 열기구가 착륙 중 나무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조종사 1명이 숨지고 탑승객 12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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