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불상' 보물 지정으로 경주 이전 논의 본격화하나

입력 2018-04-12 18:06  

'청와대 불상' 보물 지정으로 경주 이전 논의 본격화하나
"행정절차는 간소해져…위치 옮길 때 문화재위 심의 거쳐야"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약 80년간 청와대 경내에 있었던 통일신라시대 석불좌상이 12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되면서 고향인 경주로 돌아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은 경주 석굴암 본존불과 양식이 매우 유사하고 통일신라시대에 유행한 팔각형 대좌 대신 사각형 대좌를 갖추고 있어 신라 불상 중 수작으로 꼽혀왔다.
청와대 불상은 일제강점기 문화재 수난사를 대표하는 유물로, 본래 경주 남산 혹은 도지동 이거사(移車寺) 터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913년 무렵 경주금융조합 이사였던 오히라(小平)가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조선총독에게 바쳐 서울 남산 왜성대로 옮겨졌다. 이후 1939년 경복궁에 새로운 총독관저(현 청와대)가 지어지면서 현재 위치로 이전된 것으로 전한다.
2008년 언론에 잠시 공개됐고, 현 정부가 들어선 뒤 경주 지역사회와 학계에서 경주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주목을 받았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청와대 불상을 보물로 지정하면서 명칭을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으로 정해 불상이 경주에 있었음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불상의 보물 승격으로 인해 경주 이전에 필요한 행정절차는 더 간소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서울시 문화재위원회를 거쳐 서울시장이 시도유형문화재를 해지해야만 불상 이전이 가능했다"며 "보물이 되면 지방정부와 관계없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전을 추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불상은 동산문화재이지만 부동산에 준하여 관리하기 때문에 청와대 불상도 보관장소를 이전하려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불상의 보물 지정을 계기로 이전 논란은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불상을 조속히 경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과 원위치가 확인될 때까지는 이전을 유보해야 한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박임관 경주학연구원장은 "경주에서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전을 계속 촉구해 왔다"며 "일단 국립경주박물관으로 불상을 이전하고, 원위치가 규명되면 이후에 다시 옮겨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교계는 불상의 역사적 가치가 조명되고 원위치에 대한 연구를 거쳐 신앙적 환경이 조성된 뒤에 옮겨도 늦지 않다고 밝혀 왔다.
문화재청은 지정 조사 과정에서 불상의 재질을 분석했으나, 원위치 추정지인 남산과 이거사 중 어느 쪽이 맞는지를 가려내지 못했다.
학계 관계자는 "불교 문화재는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 자리로 돌아간다)가 원칙이나, 원위치를 모르면 이전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일단 원위치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되 단기간에 결론을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 국립경주박물관 등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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