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자신의 손으로 백지화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의 복귀를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이뤄진 지시여서 무역·통상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거나 고립시키려는 의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 및 의원들과의 회의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게 재가입 문제를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고 회의에 참석했던 복수의 인사들을 인용해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의 존 튠(사우스다코타) 상원의원 및 그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인사들이 "중국의 이목을 끌기 위한 방법의 하나가 중국의 역내 경쟁국들과 거래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커들로 위원장에게 "TPP에 재가입하는 문제를 한번 살펴봐라"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방식대로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튠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귀띔했다.
같은 당 벤 새스(네브래스카) 상원의원도 "중국의 속임수에 반격을 가하기 위해선 중국보다는 미국과 보조를 맞출 의향이 있는 태평양 역내 다른 나라들을 미국이 주도해야 한다"고 TPP 재가입 찬성 입장을 밝혔다.
앞서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12개국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6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의 무역협정인 TPP를 체결한 바 있다. 여기에는 교역 증대뿐 아니라 아·태 지역에서 세력을 급속도로 확장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깔린 것으로 평가돼왔다.
그러나 보호 무역주의를 주창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TPP에 대해 '우리나라를 겁탈하려는 특정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자행된 또 하나의 재앙'이라고 규정했으며, 취임 초기에 일 순위로 탈퇴를 강행했다.
이 때문에 TPP가 파기된 뒤 미국 정가에서는 역내 패권 약화나 안보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것으로, 여러 국가에 걸쳐 있는 다자무역 협상을 거부했던 그의 통상 정책에서 중대 변화"라고 풀이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3일 백악관에서 열린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TPP는 미국에 몹시 나쁜 거래"라며 "더 나은 조건을 제의한다면 우리가 다시 들어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