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음악축제의 현주소…"수요보다 공급이 많다"

입력 2018-04-14 09:00   수정 2018-04-14 09:16

우후죽순 음악축제의 현주소…"수요보다 공급이 많다"
가수 겹치기 출연 '고질병'…지산 밸리록은 올해 개최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봄이 무르익으면서 대규모 뮤직 페스티벌이 잇달아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콘셉트에 출연진 겹치기까지 반복되면서 관객들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축제 기획자들도 "이러다간 다 같이 망하겠다"며 울상이다.
14∼15일 서울 난지한강공원에서는 '해브 어 나이스 데이' 페스티벌이 개막한다. 5월 12∼13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8'이, 난지한강공원에서는 '청춘페스티벌 2018'이 막을 올린다. 5월 12일에는 경기도 가평 자라섬에서는 '이슬 라이브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5월 19∼20일에도 축제가 풍년이다. 난지한강공원에서는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8'이, 올림픽공원에서는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8'이 예정돼 있다. 경기도 가평 자라섬에서는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2018'이 열린다.
5월 1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는 '삼성카드 2018 홀가분 페스티벌'이 개막하며, 6월 16∼17일에는 '2018 필스너 우르켈 프레젠트 파크 뮤직 페스티벌'이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첫선을 보인다.



문제는 축제별로 정체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쉽게 접할 수 없는 해외 재즈 뮤지션으로 라인업을 짠 '서울 재즈 페스티벌'과 록 뮤지션을 고르게 섭외한 '그린플러그드'를 제외하면 대부분 출연진이 겹친다.
앞서 언급된 축제 가운데 윤딴딴과 치즈, 멜로망스, 소란은 3곳에, 불독맨션·아이유·스탠딩에그·존박·장덕철·10cm·정준일·새소년·신현희와김루트는 2곳에 나선다.
공연 기획자들도 할 말은 많다. 뮤직 페스티벌이 체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여가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공급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 공연기획사 대표는 "콘텐츠 공급자 입장에서도 사실 음원 판매는 돈이 안 된다. 유통수수료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며 "그나마 뮤직페스티벌에 출연하는 게 소속사나 가수 입장에서도 벌이가 낫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페스티벌 난립에 위험신호도 감지된다.
2006년 개막해 우리나라 대형 음악축제의 시초로 꼽히는 인천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의 관객은 지난해 7만6천명으로 전년 대비 11.6%(1만명) 줄었다. 펜타포트 측 관계자는 "록 음악 팬이 줄어들며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 팝 등 다양한 장르 뮤지션 섭외를 늘리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은 올해 개최 자체가 불투명하다. 밸리록은 2009년 개막 이후 라디오헤드, 오아시스, 뮤즈, 시규어로스 등 세계적인 뮤지션을 섭외한 관록을 자랑하지만 꾸준히 적자에 시달렸다.
지난해 동원한 관객은 6만명으로 전년 대비 33%(3만명) 급감했다. 주최사인 CJ E&M 관계자는 "올해 개최 여부는 미정이다. 조만간 결론 낼 것"이라며 "그렇다고 '지산 밸리록'이라는 브랜드를 포기하거나 영영 축제를 열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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