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억원대 확성기 사업서 납품비리 포착…브로커 등 상대로 로비 의혹 수사 확대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대북 심리전을 위해 대북 확성기 장비를 대거 도입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납품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현역 영관급 장교들의 연루 혐의를 포착하고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이용일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전 국군 심리전단장 권모(48) 대령을 구속기소 했다고 13일 밝혔다.
납품비리에 관여한 혐의를 함께 받는 전 심리전단장 작전과장 송모(46) 중령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권 대령 등은 2016년 2월부터 12월까지 대북 확성기 도입 사업을 추진하면서 성능평가 항목을 바꾸는 방법 등으로 특정 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대북 확성기 주변 방음벽 공사와 관련해서도 사업 대금이 실제 설치된 시설보다 2억원이나 과다하게 지급됐는데도 이를 눈감아 준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납품업체 측에서 대북 확성기 사업에 입찰할 수 있는 조건 등을 바꿔 달라며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해 왔다. 이미 심리전단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벌인 정보통신 공사업체 대표 안모(64)씨 등 브로커 2명이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납품업체와 브로커 등이 정치권이나 다른 군 관계자를 상대로 로비를 정황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최근 확성기 납품과 관련해 금품수수 정황이 포착된 송영근 전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 김모씨를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우리 군은 2015년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 이듬해 1월 핵실험 등을 계기로 심리전을 강화하기 위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고 신형 고정식 확성기 24대, 이동식 확성기 16대를 추가 도입했다.
확성기 도입에만 166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의 입찰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특혜를 누렸다거나 확성기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등의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군이 자체 조사를 벌였으나 경리담당 부사관 한 명이 벌금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이에 감사원 감사와 검찰 및 군 검찰의 재수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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