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맡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지명자가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쾌도난마'식 타결 기대를 경계하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는 12일(현지시간)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누구도 우리가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지도자가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가능한지를 결정할 조건들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미국과 세계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외교적 결과를 달성하는 길에 들어서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5월 말~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이루기는 어렵고 비핵화 합의 조건을 제시하는 정도가 될 것이란 의미로 들린다. 이는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정상회담이 아닌 후속회담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담판을 통해 톱다운 방식의 포괄적 타결을 하겠다고 강조해오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듯하다.
폼페이오 지명자는 현재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정보라인이 동원된 북미 실무접촉을 관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안에 상원 인준청문회를 통과하면 국무장관으로서 협상안 마련도 지휘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역사적인 정상회담 준비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장하는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하겠다. 그런 인사의 의회 인준청문회에서 나온 발언이니 흘려들을 얘기는 아닌 것 같다. 비핵화 방식에 대해서는 북미 간에 적지 않은 인식차가 있다. 북한은 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발언을 통해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제시해 놓고 있다. 반면 미국은 과거처럼 비핵화 단계마다 별도 합의를 하고 보상하는 방식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그간 보상만 챙기고 핵개발을 계속해왔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핵시설 가동 중단에서 핵무기 폐기까지 비핵화의 시한과 이행 절차를 담은 단일 로드맵을 만들고 단계별 이행 시한은 최대한 압축하는 이른바 '원샷딜(one shot deal)'을 구상해 왔다. 폼페이오 지명자가 북미 간의 이런 인식 차이를 고려해 현실적으로 유연한 입장을 취하면서 정상회담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을 낮추기 위해 이런 발언을 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목인 듯하다. 폼페이오 지명자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 해체에 동의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의에 역사적 분석으로 볼 때 "낙관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국제사회가 과거 협상 때 제재를 너무 일찍 풀어준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이번에는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보상을 제공하기 전에 영구적이고 불가역적으로 (비핵화) 성과를 확실히 얻어내기 위해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행정부와 대통령의 의도"라고 강조했다. 비핵화가 웬만큼 진행되지 않으면 대북제재 카드를 접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갖고 인내하지 않으면 협상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좌초할 우려도 있어 보인다. 폼페이오 지명자가 인준청문회장에서 밝힌 내용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반드시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외교·안보 용이 매파 성향의 인사로 채워진 점을 고려할 때 상당 부분 정책에 반영될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그의 발언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