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1명 부상, 소방차도 1대 전소…현장 일대 한때 불바다
공장 측 "폐유 용기 옮기는 순간 불 확 붙어"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최은지 기자 = 인천의 한 화학물질 처리공장에서 큰불이 나 소방당국이 최고단계 경보령을 내리고 진화 작업을 벌인 끝에 불길을 대부분 잡았다.
진화 작업에 나선 소방관 1명이 다치고 소방차인 펌프차 1대에도 붙었지만, 작업 중이던 공장 근로자 4명은 모두 대피해 더 이상의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학물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7분께 인천시 서구 가좌동 통일공단 내 화학물질 처리공장에서 큰불이 났다.
이 불로 연면적 285.55㎡ 규모의 화학물질 처리공장 2개 동이 모두 탔으며 인근에 있는 인근 도금공장 6개 동 일부와 주변에 주차된 차량 7∼8대에도 불이 붙었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는 현장에 접근하던 소방 펌프차 1대에 불이 붙어 전소했으며 인천 중부소방서 소속 김모(42) 소방경이 발목 골절상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공장 관계자는 경찰 초기 조사에서 "보통 6명이 근무하는데 오늘은 4명만 일했다"며 "갑자기 불이 확 붙어 모두 빨리 빠져나왔다"고 진술했다.
이날 검은 연기가 인근 서구 청라국제도시, 동구 송현동, 남구 용현동 지역으로까지 확산하자 소방당국에는 화재 신고가 빗발쳤다.
소방당국은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보고 이날 오전 11시 58분께 '대응 2단계'를 발령한 뒤 4분 뒤인 낮 12시 2분께 '대응 3단계'로 상향했다.
대응 2단계는 소방서 2곳 이상의 인력과 장비가 필요한 화재 상황에 내려지며 대응 3단계는 인천뿐 아니라 서울·경기 등 인접 지역 소방 인력과 장비를 모두 동원하는 최고단계 경보령이다.
이날 화재현장에는 소방관 430여명과 경찰관 20여명을 비롯해 펌프차 20여대 등 차량 90여대가 투입됐다.
인천시와 소방청는 이날 낮 12시 20분을 전후로 각각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해 화재 사실을 알렸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공장 앞에 주차된 차량에 불이 옮겨붙어 먼저 진화했다"며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이어서 연기가 거세 진화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불이 난 뒤 공장 창문은 모두 깨지고 검게 그을렸다. 주변 담장 대부분도 화재 여파로 무너져 내렸으며 일대 골목은 기름과 화학물질로 범벅돼 폐허를 방불케 했다.
오후 2시 넘어 큰 불길 잡히자 소방당국은 대응 단계를 차례로 낮췄으며 오후 4시 19분께 모두 해제했다.
경찰은 화재 원인 조사와 함께 공장 관계자들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는지 수사에 착수했다.
공장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폐유를 아세톤과 알코올로 분리하는 작업을 하려고 옮기던 중이었다"며 "폐유가 담긴 용기를 드는 순간 밑에서 불길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장 관계자들을 상대로 화재 당시 내부에 인화물질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히 폐유를 어디에서 어디로 옮겼는지 등 구체적인 작업 과정은 더 조사할 예정"이라며 "허가받은 화학물질을 처리했는지 등도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현재까지 김 소방경 외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인명 수색 작업을 추가로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정확한 화재 피해 규모는 조사해봐야 파악할 수 있다"며 "화재 원인도 함께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불이 난 공장은 지정폐기물 중간 처리업체로 할로젠족 폐유기 용제·폐유·알코올 등을 재활용 처리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철근콘크리트 등으로 지어진 이 공장은 3층 규모 2개 동으로 이뤄졌다.
이 공장이 속한 가좌동 통일공단에는 목재공장과 도금공장 등 모두 9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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