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현장 주민 심리적 고통 심각해…"정부 지원과 전문적인 치료 필요"
(진도=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자식 같은 우리 아이들, 더 살릴 수 있었는데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4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괴롭네요."
세월호 침몰 해역과 가장 가까운 전남 진도 동거차도 동막마을 이장 차정록(51)씨는 세월호 4주기를 앞둔 14일 "그때는 물에 떠 있는 사람들을 당장 옮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구조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설마 배 안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죄책감에 괴로운 심정을 털어놓았다.
차씨는 세월호가 침몰한 2014년 4월 16일 오전 마을 사람들과 어선을 타고 나가 구조 작업을 했다.
바다에 나갔을 때 이미 45도로 기운 세월호를 보고 정신없이 바다에 떠 있는 사람들을 구조해 배로 옮겼다.
잠시 후 세월호는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췄고 그때만 해도 선내에 300명이 넘는 사람이 남아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곧바로 뉴스를 통해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침몰한 배에 남아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반 년간 이어진 수색 작업을 지켜보며 무사 생환을 바랐지만 결국 3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한 끔찍한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는 참사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장의 처참함, 더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때가 많다고 한다.
특히 4월이 되면 그때의 기억과 고통에 더 힘들다고 한다.
차씨처럼 당시 참사 현장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사고 수습에 힘을 보탠 진도 주민들은 끔찍한 기억에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지난해 전남대병원 조사 결과 진도 주민 10명 중 2명꼴로 자연재해, 사고 등을 경험하고 그에 대한 공포와 고통을 계속해서 느끼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습 현장에서 직접 봉사와 지원 활동에 나선 주민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심각했다.
2014년 6월부터 11월까지 팽목항, 실내체육관, 보건소에 심리지원상담센터가 설치돼 주민들을 상대로 상담과 치료가 이뤄지긴 했지만 이후에는 정부와 전문기관 차원의 체계적인 상담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참사 현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역 경제도 큰 타격을 입어 생계마저 크게 어려워졌다.
보상과 치료는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진도 주민들은 4년간 그 아픔을 호소하지도 못하고 그 아픔마저 외면받은 채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차씨는 "참사 이후 4월만 되면 그날의 기억에 너무 고통스럽다. 치료가 필요한 주민들이 아직 너무 많다"며 "하지만 육지까지 나가 사비를 들여 치료를 받으라고만 하는데 먹고살기에도 바쁜데 어떻게 치료까지 받겠느냐"고 토로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참사 현장인 전남은 주민들을 비롯해 공무원, 군인, 학생, 자원봉사자까지 수많은 사람이 그 아픔을 보듬었지만 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치료할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없었다"며 "지역에 국가 차원의 상담·치료시설을 마련해 이들의 고통을 치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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