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는 최고 정복자? "스스로 세계 곳곳 뿌리내려"

입력 2018-04-1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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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는 최고 정복자? "스스로 세계 곳곳 뿌리내려"
세계 각 지역 수거 DNA 분석…"결정적 증거 없어" 반론도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인류의 주요 식량 공급원으로 자리 잡은 고구마는 어떻게 전 세계 곳곳으로 전파됐을까.



과학자들은 전 세계 광범위한 지역에서 수거한 고구마 DNA를 분석한 결과, 인간은 고구마 전파를 위해 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들은 영국 등 전 세계 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 이전보다 훨씬 많은, 다양한 종류의 고구마 샘플을 얻어 DNA 염기 서열화 방법을 동원해 분석에 나섰고, 결과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소개됐다.
인류가 재배하고 있는 식물 가운데 고구마처럼 전파 경로가 불분명한 것은 없다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중남미 원주민들이 대대로 고구마를 재배해 왔다는 게 정설이다.
이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중남미라는 신대륙을 발견해 고구마의 존재를 알게 됐다.



18세기에는 제임스 쿡 선장이 4천 마일 떨어진 폴리네시아 군도에서 고구마를 만났다.
유럽 탐험가들은 이후 하와이에서부터 뉴기니까지 태평양 모든 곳에서 고구마가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고구마가 이처럼 광범하게 퍼져나간 경위 등을 놓고 연구를 거듭해 왔다. 그 누군가가 고구마를 전파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이런 추측은 '고구마 스스로 이동했다'라는 과학자들의 이번 주장 앞에 무너졌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식물학자 파블로 무뇨스-로드리게스는 "고구마가 자연적으로 태평양에 도착했다는 매우 명백한 증거가 있다"며 "고구마는 인간의 도움 없이 수천 마일을 여행한 끝에 다른 지역에 뿌리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부 농업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구마가 자력으로 이동했다는 데 대해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고구마는 지구에서는 가장 값어치가 있는 농산물 가운데 하나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고구마 원산지가 중남미라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콜럼버스가 고구마를 발견했고 이를 필리핀 등 유럽 식민지에 퍼뜨렸다는 것이다.
고고학자들은 고구마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전인 700년 전부터 존재해 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태평양 섬 주민들이 콜럼버스 발견 전 이미 고구마를 중남미에 가져갔다는 견해도 있다. 고구마가 해류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추측과 새들이 고구마를 옮겼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하여튼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DNA 분석 결과가 고구마 전파 경로를 둘러싼 논쟁을 더 복잡하게 몰고 갔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ky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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