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 저서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진화론 창시자인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1페니로 편지나 소포를 전하는 '1페니 우편'을 통해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교제했다.
그나마 이러한 우편도 다윈과 같은 소수에게만 허락됐을 뿐, 19세기 대다수 사람의 교제 범위는 협소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수천, 수만 명의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오늘날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교제 범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지만, 우리가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규모도 그만큼 커졌을까.
신간 '던바의 수'(아르테 펴냄) 저자인 영국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의 생각은 다르다. 던바는 예나 지금이나 한 개인이 맺을 수 있는 진정한 사회관계는 150명 정도라고 말한다.
책은 의식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 신피질과 영장류 집단의 규모간 상관관계를 연구, 한 개체가 동시에 계속 관리할 수 있는 관계의 수와 질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보면 인간 뇌의 경우 그 규모는 150명 정도다.
저자가 인구조사 자료를 구할 수 있는 20여 개 부족사회를 조사한 결과 씨족 집단 규모는 평균 15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연말에 몇 명에게 '카드를 고르고 편지를 쓰고 우표를 사고 우편으로 보내는'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는지 조사한 결과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68곳의 가정에 카드를 보냈고, 그 구성원들을 합하면 150명 정도였다.
던바의 과학잡지·일간지 기고문을 모은 책은 '던바의 수' 개념을 비롯해 인류 진화의 메커니즘을 쉽게 소개한다.
그는 접촉의 의미, 모성어의 비밀, 키스의 목적 등 인간의 행동 양식과 습관, 문화를 진화라는 도구를 통해 풀어낸다. 이를 통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부분이 진화의 역사에서 일어난 뜻밖의 변화에 기인했음을 보여준다.
던바가 '던바의 수'를 발표한 지도 15년이 지났지만, 이 개념은 경영과 조직 이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리니지 게임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하는 '혈맹'의 크기 또한 얼추 150이라는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의 전언도 흥미롭다.
김정희 옮김. 최재천 해제. 324쪽. 1만6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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