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금융개혁 의지에 초기 지지했으나 회의감 시선 늘어"
'김 원장 지켜달라' 국민청원 참여자 5일만에 9만명 돌파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길어지면서 금감원 조직이 흔들리고 있다.
김 원장의 도덕성이 이른바 금융 검찰로 불리는 금감원의 수장으로서 적정한지를 두고 의혹 어린 시선으로 보는 직원들이 늘어나는 데다 조만간 낙마하는 것 아니냐는 심리에 업무 진척 속도도 더뎌지는 모습이다.
◇ 멀어지는 금감원 직원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김 원장의 도덕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고 15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원장이 금융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진 데다 취임사에서 금감원의 정체성 문제를 들고나오면서 초기에는 상당한 지지를 받았지만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의혹이 쏟아져 나오자 이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회의감을 느끼는 직원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익명 게시판 앱인 '블라인드' 금감원 부분에선 김 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옳다는 글이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까지 받는 상황에서 현직 금감원장으로서 직무 수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선관위의 회신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일부 있다.
물론 뚜렷한 위법 사실이 없는데 여론에 밀려 사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다른 직장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블라인드 '시사토크' 부분에서 13일부터 진행된 실시간 투표를 보면 김 원장이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204명 중 155명으로 76.0%나 됐다. 적합한 인물이므로 찬성한다는 의견은 49명으로 24.0%였다.
반면 청와대 국민청원·제안 코너엔 김 원장을 지켜달라는 청원이 등장, 5일 만에 청원 참여자가 9만명을 돌파했다.
청원자는 김 원장이 "삼성증권 사태 및 금융적폐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면서 "김 원장을 지켜 이번 정권에서 금융적폐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청와대는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이 추천한 '청원'에 답변한다.
◇ 거취 불확실 속 광폭 행보에 내부서 부담 여론
김 원장의 최근 광폭 행보를 부담스러워 하는 내부 시선도 상당하다. 입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보폭을 늘리다 보니 사퇴 요구를 불식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김 원장이 소비자보호 기능 강화라는 명분으로 최근 지시한 경영혁신 태스크포스(TF)는 특히 금감원 직원들을 불안하게 하는 부분이다.
김 원장이 취임 직후 임원회의에서 조직·인사는 당분간 현 체제로 유지하겠다고 했던 발언과 배치되는 데다 최흥식 전 원장이 대규모 인사·조직 개편을 한 지 불과 2~3개월밖에 안 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YNAPHOTO path='PYH2018041305100001300_P2.jpg' id='PYH20180413051000013' title='김기식 금감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caption=' ' />
금감원은 지난 1월 부서장의 85%를 교체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설 연휴 직전에 시행된 직원 인사도 폭이 매우 컸다.
금융소비자 보호 등 이슈에서 내린 많은 다양한 업무 지시도 내부적으로는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 전 원장 때 만든 올해 감독·검사 계획이 시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 내야 하는 부담도 상당하다.
신한금융그룹에 대한 채용비리 재검사도 내부적으로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신한금융 고위 임원 자녀 다수가 그룹 계열사에 채용됐다는 언론 보도 이후 검사에 착수하는 것이지만 신한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검사를 마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데다 길게는 20년이 넘게 지난 채용비리 사례들을 7영업일이란 짧은 시간 동안 검증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기적으로 데이터를 지우는 신한금융 특성상 관련 기록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검사라인에서는 벌써부터 나온다.
친정인 참여연대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정의당까지 김 원장에게 등을 돌린 상황에서 결국은 사퇴하지 않겠느냐는 루머가 무성하면서 업무의 속도도 나지 않는 분위기다.
◇ 판단은 선관위·검찰 손에
김 원장의 거취 향방은 현재 금감원도 김 원장 본인도 아닌 정무적인 영역으로 들어간 상황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김 원장을 둘러싼 여러 논란의 적법성 판단을 요청한 청와대 질의에 대해 답변을 검토 중이다.
청와대는 ▲국회의원이 임기 말에 후원금을 기부하거나 보좌직원의 퇴직금을 주는 행위 ▲ 피감기관이 비용을 부담한 해외출장 ▲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해외출장 ▲ 해외출장 중 관광 등 사안에 대해 선관위에 질의했다.
검찰은 지난 13일 19대 국회의원 시절 김 원장의 해외 출장비를 지원한 한국거래소와 우리은행[000030] 본점, 대외경제연구원, 더미래연구소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김 원장이 다녀온 출장의 정확한 성격을 파악하고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 원장과 피감기관 사이의 대가관계, 직무 관련성 등을 따져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 되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며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춰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김 원장의 위법 여부를 수사 중인 검찰과 도덕성 기준을 판별할 중앙선관위의 판단에 따라 '사임 여부'를 결정토록 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 원장의 거취를 둔 논란이 길어지면서 채용비리와 최 전 원장의 사퇴 등으로 가뜩이나 사기가 떨어진 금감원 조직이 더 망가지는 것 같다"면서 "하루빨리 수습되지 않으면 복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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