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NGO·언론 겨냥 '블랙리스트' 등장 헝가리 논란

입력 2018-04-13 17:41  

학계·NGO·언론 겨냥 '블랙리스트' 등장 헝가리 논란
'소로스의 용병'…헝가리 친정부 주간지 200여명 이름 공개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헝가리 시사 경제 주간지가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정적인 미국인 부호 조지 소로스와 관계가 있다며 200여 명의 이름을 공개했다고 AP통신이 13일(현지시간) 전했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계 미국인 소로스가 '용병'을 고용해 정부를 전복하고 난민들에게 헝가리 국경을 열려고 한다며 줄곧 비판했다.
소로스는 부다페스트에 있는 중앙유럽대학교(CEU)를 설립했고 헝가리 시민단체들을 후원해왔다. 헝가리 정부는 시민단체를 후원하는 소로스를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외국의 지원을 받는 NGO들은 홈페이지 등에 지원 사실을 공개하도록 법을 만들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달 소로스가 고용한 '용병' 2천여 명의 이름을 알고 있다면서 이들이 정부를 무너뜨리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소로스 리스트'를 공개한 시사 경제 주간지 피게로가 헝가리에서 권위 있는 매체였지만 2016년 12월 총리 측근이자 사학자인 마리아 슈미트가 인수한 뒤 낯뜨거울 정도의 친정부 매체가 됐다고 전했다.
리스트에 오른 인사 중에는 앰네스티와 부패 감시기구 등 국제 NGO와 난민 지원단체 관계자들, CEU 교수, 탐사보도 매체 언론인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일부는 이미 사망한 인사들도 있었다.
'소로스 리스트'가 공개되자 헝가리 주재 미국, 캐나다, 스웨덴 대사관은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마이클 이그나티에프 CEU 총장은 "최근 총선 맥락에서 나온 그런 리스트는 경멸을 받을만한 행위이고 학문의 자유를 위협하는 노골적인 협박이다"라고 비판했다.
난민 자격 신청자에게 법률적 지원을 하는 헝가리 헬싱키 위원회는 "정부가 만든, 매우 위험한 허구의 산물이다"라며 "너무 늦기 전에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난민, 반EU를 주장하는 오르반 총리는 이달 8일 총선에서 여당 피데스가 3분의 2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면서 4선에 성공했다.
mino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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