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최근 에게 해 영유권 문제, 상대국에 체류하는 자국 군인 송환 문제 등으로 살얼음판을 걷던 그리스와 터키의 관계가 에게 해 정찰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도중 순직한 그리스 조종사의 사고를 계기로 다소 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 총리실은 그리스 조종사의 사망 사고와 관련,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와 애도를 표현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을드름 총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대신해 그리스 조종사의 사망 사고에 대해 유감과 애도를 전달했다고 총리실은 설명했다.
총리실은 이어 "양국 총리는 조만간 의사 소통 창구를 개설해 양국 사이의 대화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그리스 공군 소속 조종사인 게오르기오스 발타도로스(34)가 몰던 미라지 2000-5 전투기는 이날 오전 에게 해 중부 스키로스 섬 북단에서 추락했다. 그는 그리스 영공에 터키 전투기가 침입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정찰 임무를 수행한 뒤 귀환하던 중에 변을 당했다.
에게 해 영유권을 두고 터키와 오랫 동안 갈등을 빚어 온 그리스는 최근 들어 각각 상대국에 넘어간 군인들의 송환 문제 등으로 양국 간 긴장이 증폭되자, 터키의 도발에 대비해 에게 해 경계를 강화해 왔다.
사고기의 추락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리스 ERT방송은 군 관계자를 인용, 사고기와 터키 공군과의 교전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터키 국영 아나돌루 통신도 터키 안보 관계자 말을 빌려, 전투기 추락 당시 사고 지역에 터키 전투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양국 총리가 직접 통화를 하고, 소통을 강조한 만큼 최근 과열될대로 과열된 양국 관계가 다소 진정 국면으로 들어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두 나라 관계는 2016년 7월 터키 쿠데타 시도 후 그리스로 달아나 망명을 신청한 터키 군인 8명에 대한 터키측 송환 요구를 그리스 법원이 계속 거부하고 있는 와중에, 지난 달 초에는 악천후 속 양국 국경 지대에서 길을 잃어 터키로 진입한 그리스 병사들을 터키 측이 간첩 미수 혐의 등으로 구금하며 한층 더 얼어붙었다.
양국은 지난 9일에도 그리스 영토인 로(Ro) 섬에 접근하려던 터키 헬리콥터에 그리스 군이 경고 사격을 가하며 충돌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