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론이 불거지자 중국이 경계심을 잔뜩 내비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14일 미국의 TPP 복귀가 경제 무역 방면으로 중국을 견제하거나 고립시키려는 의도와 관련이 있다는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통상분쟁의 파고가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나온 미국의 TPP 복귀론은 양국간 무역전쟁에 추가적인 난타전이 진행될 가능성을 키우는 대목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주지사 및 의원들로부터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를 전해듣고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에게 TPP 재가입 문제를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트럼프는 곧 트위터를 통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제안됐던 것보다 상당히 나은 거래여야만 TPP에 가입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이는 즉각 일본을 비롯한 다른 TPP 회원국들의 환영을 받았다.
허웨이원(何偉文) 중국세계화센터(CCG) 선임연구원은 "TPP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위한 지정학적 도구로 중국에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고 우려를 표했다.
허 연구원은 그러면서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TPP보다 더 포괄적이며 향후 확대된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을 위한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12개국은 지난 2016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의 무역협정인 TPP를 체결했으나 보호 무역주의를 주창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TPP 탈퇴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본과 호주를 주축으로 한 나머지 11개국은 지난 3월 칠레에서 TPP 수정판에 합의하고 명칭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으로 개정했다.
중국은 자국을 배제하고 있는 TPP를 중국의 세력 및 영향력 확장을 막고 중국을 포위하는 '경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로 간주하고 이에 대항하는 RCEP 구축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장린(張琳)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차이나데일리에 "미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을 억제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임에 틀림없다"며 "미국의 중국 견제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TPP 재가입은 우리의 판단과도 일치한다"며 "미국은 결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빠지지 않을 것이며 이 지역에서 통상, 정치, 외교 등 정책은 미국의 국가이익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와타나베 요리즈미 일본 게이오대 국제정치경제학 교수는 "마침내 트럼프가 중국을 견제하는데 있어 TPP의 지정학적 가치를 깨달았다"며 "일본은 확실히 미국의 TPP 재합류를 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TPP 복귀 검토지시가 중국이 아니라 현재 TPP를 주도하고 있는 일본에 대한 통상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카드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12일 트위터도 말미에 일본을 가리켜 "여러 해 동안 무역 분야에서 우리에게 심한 타격을 줬다"고 적었다.
일본 전문가들은 또 미국을 빼고 지난 3월 정식 서명한 CPTPP의 진척 속도를 늦추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술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훠젠궈(藿建國) 전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원장은 "중국은 트럼프의 TPP 유턴을 걱정할 조금의 이유도 없고 정책적으로 반응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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