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봄은 언제쯤" 세월호 미수습자 기다리는 가족들

입력 2018-04-15 07:01  

"우리의 봄은 언제쯤" 세월호 미수습자 기다리는 가족들
선체 직립 후 재수색에 '마지막 희망'


(목포=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봄이 와서 꽃이 피어도 좋은 줄 모르고 산 지 4년이 됐어요. 뼈 한 조각이라도 찾으면 그리움이 조금이라도 가실까요."
세월호 참사 희생자 4주기가 다가왔지만 희생자 304명 중 5명은 아직도 유해를 찾지 못해 미수습자로 남아있다.
진도 팽목항과 목포신항에서 3년 넘게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던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난해 11월 18일 목포신항을 떠나 안산과 서울의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서도 1년 365일을 매일 '4월 16일'처럼 보내고 있는 가족들은 선체 직립 후 수색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힘겨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미수습자인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57·여)씨는 안산 집에서 80대 중반의 노모를 홀로 보살피며 지내고 있다.
유씨는 "목포에서부터 몸이 안 좋았는데 안산에 돌아와 체중이 7kg 더 줄었다"며 "다리를 못 움직이는 어머니를 모시며 억지로라도 기운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4일 유씨는 남편의 머리카락과 유품을 태운 재가 안장된 국립현충원에 자녀들과 다녀왔다.
목포신항이나 팽목항을 다시 찾는 것이 아직은 힘들어, 오는 16일 안산에서 열리는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에만 다녀올 예정이다.
그는 "남편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픔을 넘어 숨이 막혀온다. 안 믿어지고 보고 싶다"며 "미수습자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고자 하는 국민의 도움으로 세월호 인양과 선체 직립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우리의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고 나직이 말했다.

단원고 남현철군 아버지 남경원(47)씨도 안산에서 힘겨운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밝은 성격으로 다른 가족의 기운을 북돋웠던 남씨였지만, 긴 기다림 탓에 언제부턴가 목소리는 작아졌고 잇몸도 녹아내리는 등 건강이 여의치 않게 됐다.
4대 독자인 아들 현철군의 흔적은 참사 3년 만인 지난해 4월 28일 처음 발견됐다.
단원고 남학생 객실이 있던 4층 선수 쪽 진흙더미에서 아들의 흔적이 담긴 가방이 나왔다.
가방 안에는 현철군의 이름이 적힌 목걸이와 속옷, 용돈이 든 지갑 등이 온전한 형태로 있었다.
남씨 부부도 수색 재개에 마지막 희망을 품고 하루를 보내고 있다.
심한 압착으로 그동안 수색하지 못했던 4층 선수 객실을 선체 직립 후에는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철군의 친구로 미수습자로 남아있는 박영인군의 교복 재킷도 같은 장소에서 찾았다.
박영인군의 부모는 2014년 참사 당시 수습됐던 다른 학생의 옷에서 아들의 신분증이 나와 아들을 찾은 줄 알았던 아픔을 지니고 있다.
남씨 부부와 박영인군의 부모는 간혹 얼굴을 보며 서로를 다독이고 있다.



일가족이 제주도로 이사를 하던 중 참사를 당한 미수습자 권재근씨의 형님 권오복(64)씨는 서울에서 부인과 지내고 있다.
권씨는 3년 7개월간 팽목항과 목포신항을 하루도 떠나지 않고 동생과 조카 혁규군을 기다렸다.
그동안 가세도 기울어 17년 동안 살던 동네를 떠나 지금은 다소 허름한 집으로 이사했다.
낯선 동네에서 권씨는 주위와 접촉을 삼간 채 가끔 걸려오는 전화와 페이스북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당시 세월호에 탔던 권씨 가족 4명 중 유일하게 구조된 다른 조카(당시 6살)는 고모가 돌보고 있다.
권씨는 "다행히 지금은 친구 집에도 놀러 가고 잘 지내는데 학교에서 놀림을 당해 3번이나 전학을 했고 일베에 조카를 욕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며 "인터넷 모욕 글에 대처하려고 페이스북 친구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 역시 선체 직립 후 과거에 수색하지 못한 곳에 대한 재수색에서 동생과 조카를 찾을 수 있다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권씨는 "동생의 화물차가 있던 곳과 협착으로 수색하지 못한 선수 좌현의 거리가 약 1m 정도"라며 "수색을 재개하면 다시 목포신항에 가려는데 정부가 컨테이너와 같은 거처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인천 가족공원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에 다녀온 권씨는 "옷과 장미꽃 한 송이를 태워 유골함에 넣었다. 홀로 남은 조카를 위해서라도 동생의 유해를 찾아 넣어주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areu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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