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베를린] '일자리 남녀평등'…독일의 미투 대응법

입력 2018-04-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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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베를린] '일자리 남녀평등'…독일의 미투 대응법
정부·문화계, 미투 터지자 곧바로 공동토론회
공공기금, 여성 프로 예술가 육성 지원

[※편집자 주 = 독일 수도 베를린을 두고 새롭고 개성이 강하다는 의미로 '힙(hip)하다'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베를린은 2차 세계대전과 냉전 체제의 유산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 세계에서 몰려든 젊은 예술가들의 자유분방한 도시에서 이젠 유럽의 새로운 IT 중심지, 정치 중심지로까지 다양한 면모를 보입니다. 이런 연유로 베를린의 전시·공연은 사회·정치·경제적 문제의식이 짙게 베인 게 특징입니다. '힙베를린'에서는 베를린을 포함한 독일의 다양한 문화적 현상을 창(窓)으로 삼아 사회적 문제를 다룹니다. 이번이 독일의 '난민 가족 재결합'을 다룬 첫번째 이야기에 이은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미투' 운동의 열기가 불어닥친 한국과 달리 독일은 다소 조용한 분위기였다.
75세의 유명 드라마 감독 디터 베델이 과거 여배우들을 성폭행한 '독일판 와인스타인 사건'이 지난 1월 불거져졌지만, 이외에 파장이 큰 사례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독일 정부와 사회는 미투가 발생한 원인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특히 문화계를 중심으로 남녀 간의 고용 편차를 줄여 남녀 간 불평등과 권력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월 19일 연방 반차별기구와 '프로 쿠오트 필름(Pro Quote Film)'이 개최한 '문화계는 변화를 원한다' 토론회에서는 이런 문제가 다뤄졌다.
미투 열기가 감쌌던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연계된 행사여서 더욱 관심이 쏠렸다.
'프로 쿠오트 필름'은 남녀가 평등하고 혁신적인 영화 및 미디어 산업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영화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만든 단체다.
특히 공적 역할을 하거나 공적 지원을 받는 미디어 관련 일자리에서 50%를 여성에 할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수백여 명이 참석한 토론회는 영화 시상식 같은 분위기였다. 유명 감독과 배우들이 참석하면서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토론회에서는 연방영화기금의 82%가 남성이 주도하는 프로덕션에 사용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운드 분야의 종사자도 남성이 91%에 달하고, 카메라 부문 역시 남성이 85%를 차지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감독 역시 남성이 74%에 달한다는 통계가 제시됐다.
독일의 한국 관련 시민단체 '코리아페어반트'의 활동가로 토론회에 참석한 채혜원 씨는 연합뉴스에 "고용 문제에서의 차별을 해소해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데 정부 측과 민간의 목소리가 일치했다"고 말했다.
채 씨는 또한 "독일에서도 남녀 간의 불평등이 한국과 비교해 만만치 않지만, 미투 현상이 일어나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사회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 한국과 달랐다"고 강조했다.
애초 독일에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부족한 분야에서 여성 인력들을 양성하려는 노력이 공공 부문의 지원 등에 의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골드라우쉬(Goldrausch)' 프로그램은 예술 분야에서 여성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골드라우쉬는 비영리단체에 의해 1989년부터 운영되어온 여성 예술가들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15명의 여성 예술가들을 선발해 작품을 웹사이트 등을 통해 홍보하고 대중들에게 선보일 기회를 제공한다.
세금과 저작권, 보험, 자금계획 등에 대한 교육도 이뤄진다.
특히 여성 예술가들이 예술계에서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지난 13일 베를린에 위치한 골드라우쉬 사무실을 찾아 이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한나흐 크루즈를 만났다
크루즈는 "힘 있는 남성 예술가들은 후배 남성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대물림하려는 경향이 있는 데다, 여성들이 동등한 권리를 갖고 사회적인 활동을 해온 역사가 짧기 때문에 여전히 여성에게 불리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크루즈는 "골드라우쉬에서는 여성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서로 도와가며 예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여성 예술가 스스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또한, 골드라우쉬는 매년 교육받은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도록을 만들어 작가들의 홍보를 돕는다.
골드라우쉬는 베를린 시와 유럽연합(EU)의 유럽사회기금(ESF)의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독일 남녀평등 지수 2017'에서는 연방 당국의 상급직 공무원 가운데 46%가 여성이었고, 매년 증가 추세다.
그러나 아직 독일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카타리나 발리 가족부 장관은 최근 "헌신적이고 뛰어난 여성 공무원들이 많은데, 이들이 고위직에 더 올라야 한다"면서 "공직 사회가 남녀평등을 위한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lkbin@yna.co.kr #힙베를린 #hipberlin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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