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구 대사 "獨정치인, 남북문제 역할원해…지자체 교류추진"

입력 2018-04-15 08:10  

정범구 대사 "獨정치인, 남북문제 역할원해…지자체 교류추진"
獨주요인사 면담 강행군…한반도 긴장완화 관련 지원 주력
'대사관 이야기' 페북 소통 눈길…"독어로도 獨국민과 소통할 것"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주독 한국대사는 외교관 출신이 주로 맡아왔다. 이 때문에 정치인 출신의 대사가 온다는 소식에 뜻밖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정 대사는 1990년 대 TV토론 진행자로 이름을 날린 뒤 정치권에 입성해 16대와 18대 의원을 지냈다.
그러나 '낙하산' 논란은 불거지지 않았다. 정범구 대사가 '독일통'인데다, 한반도 긴장국면에서 동·서독 분단 경험을 한 독일 정치권과의 접점을 전방위적으로 넓혀야 했던 필요성이 커진 탓이었다. 더구나 독일에 대사관을 둔 북한은 독일의 좌파 정치권과의 끈도 유지하고 있다.
정 대사는 독일의 유력 공익재단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장학생으로 마부르크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는 20일 부임 100일을 맞는 정 대사를 13일(현지시간) 만났다.
그가 독일에 다시 온 것은 28년 만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렸던 독일 사회가 급변했단다.
"몇십 년간 안 변할 것 같았는데, 통일 요인이 있는 데다,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된 때문인듯 합니다. 볼프강 쇼이블레 연방 하원의장한테 물어봤더니 세계화의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정 대사는 취임 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쇼이블레 의장, 독일 외교부 주요라인, 전직 주한 독일대사들 등과 면담하는 등 강행군을 벌였다.
특히 남북 대화 지원 등 한반도 평화 문제와 관련된 외교망 구축에 주안점을 뒀다. 그의 독어 실력은 독일 정치인들과의 벽을 낮췄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는 한국에서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을 밀착 마크하며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독일 고위 정치인들은 대북 제재의 실질적인 영향과 남북 대화 국면에서 북한의 진정한 의도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한반도 긴장 상황에 대한 중재 역할을 자청하기도 했듯이 정치인들은 적극적인 역할을 생각하지만, 실무라인은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와 보조를 맞추려는 측면도 있는듯합니다. 비핵화 부분에서 독일 사회가 인정할 만한 변화가 선행되면 움직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정 대사는 여건만 조성되면 베를린에 남북의 대사관이 있는 만큼, 교류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간에 본격적인 화해 국면이 전개되면 남북 대사관이 6·15 공동선언과 관련된 공동 행사를 벌이거나, 학술 모임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 대사는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현지에서 채용된 행정직원들과 차담 시간을 가졌다. 외교부에서 파견된 외교관들과 몇몇 부처에서 파견된 주재관들보다 먼저였다.
"관료사회에 들어와 보니 정치권보다 위계가 강하고 엄숙주의도 있습니다. 제가 체질적으로 권위주의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는 데요. 과도한 위계는 구성원들의 잠재력 발현을 막을 수 있습니다. 더구나 대사관 업무의 연속성은 현지 행정직원들에 의해 유지됩니다. 허리 역할을 하는 직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정치인 출신으로서 대사직을 수행하는 데 장단점을 물었다. 전문 외교관 출신이 아니어서 상대방에 대한 의전 문제에 대해 전문 외교관들에게 자주 물어보게 된단다. 정치인 출신으로서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문제를 넓게 보는 측면은 장점이란다.
그가 접한 독일 정치문화에서 우리나라가 심사숙고해 받아들일 만한 점을 물었다.
"끈기있게 상대방을 설득하고 타협하는 문화가 부럽습니다. 또한, 연립정부 협상을 지켜보니 상당히 실무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구체적인 정책을 놓고 각 당의 정체성을 내세우고 지지층의 눈치를 보면서 끊임없이 줄다리기한 끝에 타협에 다다르는 것은 본받을 점입니다."
정 대사는 유럽에 불고 있는 극우주의와 포퓰리즘의 거센 바람에 대해서도 유심이 살펴보고 있다. 한국사회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점이 있는 탓이다.
"합리적인 토론 문화, 공론의 장이 점점 위축되면 빈자리에 포퓰리즘이 들어오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정치도 어렵게 됩니다. 정치인들이 건전한 아젠다를 세팅하고, 국민은 공론의 장에서 건전하게 토론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현재 국면상 한반도 평화 문제에 집중해 외교를 하고 있지만, 재임 기간 한독 관계를 장기적으로 돈독히 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단다.
"지방자치단체 간의 교류를 확대하고 싶습니다. 연방국가인 독일은 대도시 간 교류도 중요하지만 군 단위 지자체 간 교류를 확대하는 틀을 짜야 합니다.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해볼 생각입니다."
지자체 간 교류와 연결지어 양국 청소년들의 교류도 적극적으로 추진해보고 싶단다. 장기적으로 양국 간의 끈을 단단히 잇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독일과 프랑스가 앙숙이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자체 간 교류뿐만 아니라 청소년 간 교류를 많이 했습니다. 양국이 유대 관계를 쌓아가며 유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 디딤돌이 됐습니다."
정 대사는 페이스북으로 자신의 업무와 '대사관 이야기'를 전해 호응을 얻고 있다. 벌써 24회에 달한다.
"외교관들과 대사관에 큰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납세자들은 외교관과 대사관이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일상을 알려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국정에서도 공무원들이 하는 일을 알려 국민과 소통해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 대사는 독일어로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릴 생각도 가지고 있단다. 그는 "한 국가에 대한 외국 국민의 호감도가 외교의 성패를 결정짓기도 합니다. 독일 국민과도 소통해 우리나라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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