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필리핀 정부가 마약과의 유혈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초법적 처형' 의혹을 비판한 유럽연합(EU) 정치인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입국을 허가하지 않았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초법적 처형 의혹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한 것에 반발해 ICC 탈퇴를 선언한 필리핀이 국제사회의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닫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16일 현지 온라인 매체 래플러에 따르면 자코모 필리베크 유럽사회당 사무부총장은 지난 15일 필리핀 중부 세부공항에 도착한 직후 억류됐다가 곧바로 추방됐다.
필리베크 사무부총장은 세부에서 열리는 필리핀 사회당의 정례 국제회의에 참석하려고 다른 EU 정치인 2명과 함께 입국했다가 혼자 이 같은 일을 당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필리핀에서 국제 인권단체와 함께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과 초법적 처형을 비판한 바 있다.
필리베크 사무부총장은 세부공항에서 "불법 정치 활동에 개입한 일 등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필리핀 사회당 관계자가 전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ICC가 초법적 처형 의혹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하자 지난달 ICC 탈퇴를 선언한 뒤 ICC에 조사 권한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또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ICC 검사가 이 나라에서 활동한다면 불법이기 때문에 체포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부 다바오 시장 재직 때부터 암살단을 운영했고, 대통령 취임 후에는 마약 용의자 유혈 소탕으로 4천여 명을 재판과정 없이 처형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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