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시리아 난민캠프서 화학무기 의심 공격 생존자들 증언 소개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우리는 두 가지 죽음 사이에 껴있는 것 같았어요. 아래층에선 화학 공격이, 위층에선 공습이 이뤄지고 있었어요."
이달 초 시리아 반군 거점지역이던 동(東)구타 두마에서 발생한 화학 공격 당시 7살짜리 쌍둥이 딸 마사와 말라즈의 어머니 움 누르는 공습을 피해 4개월째 건물 지하에 숨어 지내고 있었다.
움 누르는 "누군가 '화학(공격)이다'라고 외쳤다"며 "목구멍이 막히는 것을 느꼈고 마치 내 안에서 모든 게 빨려나간 것처럼 몸에 힘이 쫙 빠졌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지상에 퍼져가는 화학 가스를 피해 두 딸의 팔을 잡아끌고 필사적으로 계단을 올라 건물 4층 부근에 이르자 이번에는 위층으로 포탄이 날아들어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
아래층의 화학 가스와 위층의 포탄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던 그와 두 딸은 다행히 목숨을 건져 알레포 주(州)와 터키의 접경지역에 마련된 알-볼 난민캠프에서 지내고 있다.
7년 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던 당시 생후 2개월이던 그의 두 딸은 내전 이전의 삶을 알지 못한다.
움 누르는 "아이들이 이 세상에서 무엇을 봤는가. 아이들이 순결하고 친절한 것들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그들이 본 것이라고는 피와 죽음, 부상자뿐"이라고 한탄했다.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공격에 맞서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화학무기 시설에 대한 정밀타격을 감행한 가운데 15일 미국 CNN방송은 시리아 내 난민캠프에서 만난 화학 공격 생존자들의 증언을 소개했다.
3살배기와 생후 4개월 된 두 아이의 엄마 말라크(18)는 7년 내전 동안 수차례 화학 공격과 공습을 겪고 이제 더 놀랄 일도 없다는 듯 독가스 공격 당시 상황을 담담하게 들려줬다.
말라크 역시 공습을 피해 지하에 있던 중 화학 공격을 받았다.
그는 "(독가스) 냄새가 덮쳤을 때 우리는 토했다. 입안은 가래로 가득 찼고 기침을 멈출 수 없었다"며 "진료소로 갔더니 우리에게 물을 먹이고 산소를 공급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말라크는 3국의 시리아 공습 소식에 "바샤르를 치라고 해라. 그러면 우리가 구원받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팡이에 몸을 지탱해야 하는 68살 노파 파리즈는 내전 기간에 기억할 수도 없이 많은 가족과 친척을 묻었다. 그중에는 그의 아들과 두 손자도 포함돼 있다.
내전이 끝나고 고향 집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집 열쇠를 간직한 캠프 내 다른 난민과 달리 파리즈는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는다.
그는 "나는 집이 그립지 않다. 나는 그곳에서 너무나 많은 고통을 받았다"고 조용히 말했다.
내전 이전의 삶에서 가장 그리운 게 뭐냐고 묻자 그는 "내 아이들과 손자 손녀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고, 모두가 살아있던 금요일들"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닦아냈다.
mong071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