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실러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도 증시 조정 막지 못할 것"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최근 홍콩 달러와 러시아 루블이 미국 금리인상이나 대(對)러시아 제재, 무역전쟁을 둘러싼 우려가 맞물리며 약세를 보이자 글로벌 증시의 불안이 외환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홍콩달러의 미국달러당 환율은 지난주 페그제(고정환율제) 상승선인 7.85홍콩달러까지 상승(홍콩달러 약세)하며 3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홍콩금융관리국(HKMA·중앙은행격)은 환율 상·하한선 밴드를 유지하기 위해 2005년 이후 처음으로 홍콩달러 매입에 나섰다.
HKMA가 환율이 상단에 도달한 지난 12일 이후 미화 12억 달러를 풀어 97억 홍콩달러(약 1조3천억 원)를 사들였지만 환율은 16일에도 7.85홍콩달러 부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으로 홍콩과 금리 차가 확대되면서 자금 이탈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해서다.
러시아 루블과 터키 리라 등도 지난주 지정학적 긴장감 고조 여파로 약세를 나타냈다.
러시아 루블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 정부 관리와 기업가를 대상으로 한 추가 제재를 발표한 후 6.8% 절하됐다. 카자흐스탄 통화인 텡게의 가치는 루블 약세가 이웃국 간 교역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2.3% 떨어졌다.
터키 리라는 시장 변동성 확대가 터키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1.3% 절하됐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심화도 외환시장 안정에 큰 위협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투자자들은 중국이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에 맞서 작년 10% 절상된 위안을 절하해 외환시장이 양국 간 무역분쟁의 다음 무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문디 파이오니어 자산운용의 파레시 우파드야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사람들이 성장과 무역을 지지할 수단으로서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을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미국 무역 정책과 지정학적 위기감, 세계 성장 등 모두가 바뀌기 시작하면 흉측한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외교협회(CFR) 브래드 셋서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위안 약세를 원한다는 신호를 내는 것으로 여겨진다면 미국이 관세를 통해 얻으려는 무역 이익을 상쇄할 효과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코넬대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위안을 평가절하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중국에 재빨리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라사드 교수는 위안 평가절하가 "미국보다 중국에 훨씬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수단일 것"이라며 "중국이 금융시장 개방을 통해 얻으려는 것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외환시장 움직임은 최근 증시 변동성이 다른 시장으로 침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를 찾아온 일부 투자자들에게 경고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 달러 페그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TD증권의 마크 맥코믹 북미 외환전략 부문장은 "출렁이는 시장에서는 페그제가 잘 되지 못한다"며 시장 안정성이 약해지면 페그제가 도전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강한 어닝시즌에도 증시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러 교수는 지난주 CNBC에 "인플레이션을 조정하면 작년 4분기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 편입 기업의 실질 수익이 여전히 2015년보다 낮다"며 "따라서 우리가 멋진 시장에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탄탄한 어닝 시즌이 시장에 좋은 소식인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우리가 의지해야 할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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