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재판서 국정원 특활비 1억 전달 인정하면서도 혐의는 부인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최경환(63)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1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71) 전 국가정보원장은 16일 "내가 최경환에게 뇌물을 줄 '군번'이 아니다"라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이 전 원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같이 혐의는 부인했다.
검찰은 이 전 원장이 2014년 국정원 예산 삭감을 막아주고 향후 국정원 예산 편성에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당시 기재부 장관이던 최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고 보고 있다.
이 전 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제가 국정원장 취임한 이후 국정원 예산관과 이헌수 기조실장이 제 방에 왔다가 '기재부 쪽에 원장님이 전화 한 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제가 명색이 원장이고 박근혜 대선 캠프에 있던 사람이니 가벼운 기분으로 '전화 한 번 하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 의원에게도 대단히 심각한 톤이 아닌 가볍게 '예산 좀 잘 도와줘라. 인건비도 올랐는데 MB(이명박) 정부 때부터 예산이 동결됐으니 협조해 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전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원장은 그 뒤 직원들에게서 국정원 예산안 처리가 잘 돼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고, 고마운 마음에 격려 차원에서 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원장이 쓸 수 있는 활동비가 남아있길래 '격려를 좀 하면 어떨까' 해서 기조실장과 상의 끝에 나온 게 1억"이라며 "결과적으로 제가 잘못 판단한 것이지만, 그때는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돈이 있다고 해서 격려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원장은 검찰이 "국정원장 자리를 보전받기 위해 1억원을 준 것인가"라고 묻자 "(내가) 국정원장 안 가려고 그 난리를 쳤던 사람"이라며 "만약 그랬다면 할복자살하겠다"고 펄쩍 뛰었다.
그는 그러면서 "최 의원에겐 인간적으로 죄송한 게, 저 양반이 나한테 '이 원장, 나한테 돈 좀 보내주쇼' 한 게 아니다"라며 "제 딴에는 선의라고 한 게 이렇게 돼서 인간적으로 괴롭다. 이 기회에 차라리 국정원 특활비를 없애 투명 사회가 되는 게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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