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전문가 자처…정치인에 여론영향력 과시하며 대가 요구
팔로워 거느린 '인플루언서'·포털 알고리즘 기술자 등 두 유형
"드루킹, 브로커완 달라…추종자모임 결속에 정치인 활용"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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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이신영 기자 = '드루킹'은 온라인을 무대로 진화한 신종 정치브로커인가.
드루킹이 인터넷 포털 댓글을 조작하고 인사 청탁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내가 수백 표를 동원해줄 테니 이 사람들 관리할 돈을 달라"고 접근하던 고전적인 정치브로커의 새로운 버전이라 할 만하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대가 바뀌었을 뿐이다.
다수의 여야 정치인은 선거 과정에서 온라인 여론을 유리하게 바꿔주겠다고 접근한 브로커를 만나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다만 브로커들이 대부분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가를 요구해 애초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거 때 인터넷에서 조작 수준의 여론 형성을 해줄 수 있다며 접근해온 사람이 있었다"며 "어느 정도 비용을 부담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었고, 비용을 지불하면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도 있어서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YNAPHOTO path='C0A8CA3D00000162CD077EDC0005E441_P2.jpeg' id='PCM20180416000468887' title='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사건 혐의 '드루킹' 블로그 [연합뉴스TV 제공]' caption=' ' />
자유한국당의 한 보좌진도 "자신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전문가라면서 선거를 도와주겠다고 전화하거나 의원실로 찾아오는 사람이 있었다"며 "선거에서 이기려면 자기네 IT(정보기술) 플랫폼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화를 나눠보니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 의원이나 후보에게 소개하지 않고 보좌진 선에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이런 정치브로커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첫째는 수만 명에 달하는 SNS 팔로워를 등에 업고 이들의 동조를 얻어낼 수 있는 이른바 '인플루언서'(Influencer)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이와 관련, "트위터에서 팔로워가 많은 사람이 있으면 만나자고 한다"며 "내 글을 리트윗해주는 대신 나에게도 자기 글을 퍼뜨려달라고 협상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온라인에서 영향력이 있다고 하면 (정치인이)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며 "들어줄 수 있는 요구는 들어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둘째는 인터넷 포털의 알고리즘을 구체적으로 습득해 검색어 순위나 블로그 노출 빈도를 조작할 줄 아는 '기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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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만 있으면 혼자서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대중을 동원하는 방식과 차이가 크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통화에서 "네이버만 해도 블로그 글을 상위에 노출하는 방법 등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며 "그대로 열심히 따라 하면 검색 페이지에서 해당 블로그가 가장 상단에 뜨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일반 기업을 상대로 영업하다가 선거철에 정치권으로 넘어오는 SNS 마케팅 업체들도 비슷한 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드루킹을 이런 일반적인 온라인 정치브로커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드루킹은 여권 실세라 불리는 정치인에게 메신저를 보내 일본 오사카 총영사 같은 고위 공직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당하자 '매크로'로 비방 댓글을 유포하는 등 매우 노골적으로 활동했다.
드루킹은 또 자신을 추종하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을 온라인 여론전에 동원하기보다는 반대로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을 과시해 경공모 결속을 다지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관계자는 "드루킹이 사이비 종교 같은 집단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정치인을 이용한 듯한 인상"이라며 "정치브로커로 보기 어려운 것 같다"고 평가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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