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정치대학 도미니크 카르동 미디어연구소장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가짜뉴스가 퍼진다고 하더라도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극소수입니다. 가짜뉴스나 여론조작 시도의 영향력은 과대 포장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Sciences Po) 미디어연구소장을 맡은 도미니크 카르동 교수는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미디어의 개방성과 열린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 프랑스대사관이 이날 저녁 개최한 '2018 교보인문학석강-프랑스 석학 초청 공개대담'에서 '데이터 개방: 민주주의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강연하고 국내외 전문가들과 대담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카르동 교수는 "사회학자로서 미디어가 시민들이 선거권을 행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택을 분석할 때는 '기술결정론'보다 사회정치적 분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배경으로 가짜뉴스 등을 꼽는 경우가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미국인들의 이민문제에 대한 인식 등 사회적인 분석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개인정보를 상품화하는 기업들이 소셜 미디어의 영향을 과하게 포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정말 중요한 문제들, 예를 들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유럽에서 포퓰리즘의 부상 등에 대한 진지한 분석이 방해받는 면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카르동 교수는 "원칙적으로 인터넷 활동에 폭넓은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그룹이 가짜뉴스를 유포해 여론조작을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거기 영향을 받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짜뉴스가 유통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반박하는 정상적 뉴스가 유통되면 된다"며 공신력 있는 매체들이 이를 받아 보도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음모론이나 조작된 뉴스는 널리 노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인종차별 발언, 유대인 혐오 발언, 일부 종교단체의 반사회적 발언 등을 제외하면 인터넷상 의사 표현에 제재를 가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카르동 교수는 "'열린 민주주의'는 '정보 공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국회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시민단체가 모니터하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기술의 발달로 시민들이 행정과 정치에 직접 참여하고 정보를 직접 생산하는 이니셔티브가 매우 활발해지고 있다"며 "일반 시민들이 디지털 접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영향력과 조직 역량을 갖게 됨으로써 대의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런 경향이 교육 수준이 높은 층, 젊은 층, 사회에 잘 통합된 계층에 한정돼 있으며, 그 외의 계층은 영상 시청이나 게임 등에 스마트폰을 쓰지만 이를 통한 정치 참여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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