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CW 영국 전문가 "아직 현장 접근 못해"…"러·시리아 협조해야"
시리아 "OPCW에 기꺼이 협력"…러 "조사활동 간섭 안 해"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미국이 주도한 시리아 공습의 명분이 된 화학공격 의혹의 사실조사가 시작되자마자 서방과 러시아 사이 신경전이 치열하다.
시리아에 파견된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조사단의 영국 전문가는 16일(다마스쿠스 현지시간) 소셜미디어 계정에 "러시아와 시리아가 아직 우리를 두마 구역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고 썼다.
이 전문가는 "자유로운 현장 접근이 필수적이다. 러시아와 시리아는 (OPCW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사흘째 현장에 접근하지 못했다는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OPCW 조사단은 미국·영국·프랑스가 시리아를 공습한 14일 늦게 다마스쿠스에 도착했다.
OPCW는 두마에서 화학무기가 쓰였다는 의혹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고자 현장에서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앞서 7일 밤 두마에서 화학무기로 의심되는 공격으로 주민 40∼100명이 숨졌다고 현장의 구호단체가 보고했다.
미국·영국·프랑스는 시리아정부가 화학공격의 주체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며 응징 공습을 단행했다. 그 증거가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시리아는 화학공격 의혹이 조작극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파이살 알모크다드 시리아 외교차관은 OPCW 조사단과 몇 차례 회의를 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모크다드 차관은 "시리아는 기꺼이 OPCW에 협력하고 조사단의 작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역시 OPCW 조사단에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OPCW 주재 러시아대표부는 이날 헤이그 OPCW 본부에서 "러시아는 조사단의 안전 보장 약속을 충실히 지키고 작업에 관여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대표부는 "미국이 OPCW 조사단이 두마에 도착하기 전부터 그 신뢰성을 흔드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프랑스는 OPCW가 시리아의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해체할 수 있도록 각국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OPCW 주재 프랑스대표는 "우리는 모두 시리아가 2013년 이후에도 비밀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유지한 것을 알고 있다"면서 "현재 우선순위는 OPCW 기술국에 시리아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해체할 수단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화학공격 의혹이 제기된 옛 반군 거점 두마는 이달 8일부터 사실상 러시아·시리아군의 통제 아래 놓였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 등 서방 언론은 화학무기 증거가 파괴·제거됐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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