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에 플라스틱 분해 시작…기존 재활용 시스템보다 훨씬 뛰어나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지구촌 환경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말끔하게 처리할 '구원투수'가 등장해 화제다.
이른바 '플라스틱 먹는 효소'다.
최근 과학자들이 발견한 이 변종 효소는 인간에게 큰 골칫덩이인 플라스틱을 마구 먹어 치운다. 플라스틱이 완전히 분해되려면 수십 년에서 수백 년 이상까지 걸리지만 이 효소는 단 며칠 만에 분해 작업을 시작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방송은 16일(현재시간) 영국 포츠머스대 존 맥기헌 교수가 이끄는 국제과학연구팀의 이 같은 성과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팀은 우연히 이 같은 획기적인 효소를 만들어냈다.
애초 플라스틱을 먹는 박테리아는 2016년 일본에서 발견됐다. 해안도시 사카이에 쌓인 플라스틱병 침전물에서 과학자들이 찾아냈다.
그간 이 박테리아의 자세한 구조나 작동 원리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이에 맥기헌 연구팀은 일본 박테리아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자극을 가했다. 태양 빛보다 100억배 강한 엑스레이 빛을 쏴서 원자 등을 연구하려 했다.
그런 식으로 박테리아의 구조를 확인하고 관련 실험을 진행하다가 우연히 페트(PET)병을 먹는 능력을 갖춘 효소를 만들어낸 것이다. 플라스틱 분해에 최적화된 효소가 탄생한 것이다.
변종 효소는 불과 며칠이면 플라스틱 분해를 시작했다. 분해된 물질은 고스란히 재활용에 사용될 수 있었다.
분해 결과 자체도 기존 재활용 시스템보다 훨씬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더라도 불투명 섬유 등으로밖에 쓸 수 없는데 이 효소를 활용하면 원제품과 거의 똑같은 투명한 플라스틱을 다시 만들 수 있다.
맥기헌 교수는 "이 효소가 플라스틱 제품을 원래 구성 요소들로 되돌려놓는 데 쓰이기를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진정한 플라스틱 재활용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플라스틱 생산을 위해) 석유 개발에 나서지 않아도 되며 플라스틱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효소가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되려면 생산 비용이 크게 낮아져야 한다. 산업용으로 쓰일 만큼 생산 규모도 늘어나고 분해 능력도 더 나아져야 하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에 연구진은 장차 효소의 플라스틱 분해 속도를 훨씬 더 높이면서 대량 생산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맥기헌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현재 지구의 바다는 쏟아져 들어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영국 정부의 과학청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에 누적된 플라스틱 규모는 2015년 5천만t에서 2025년 1억5천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보고서는 해양 쓰레기의 70% 이상이 플라스틱이라 이를 섭취한 해양 생물이 다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장균 같은 박테리아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늘어날 수 있고, 인간도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삼킨 조개류를 먹고 감염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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