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시리아 아사드 정권 지원하는 이유…이스라엘 타도

입력 2018-04-17 11:01  

이란이 시리아 아사드 정권 지원하는 이유…이스라엘 타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주 시리아에 대한 공격을 단행한 후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탱하고 있는 러시아와 이란을 겨냥해 '도대체 어떤 나라가 무고한 주민과 여성, 아이들을 살해하는 정권과 어울리길 원하는가'라고 맹비난했다.
또 '어울리는 친구를 보면 그 나라가 어떤지 알 수 있다'고 조롱했다.
아사드 정권은 정권 유지를 위해 자국민들을 무차별 학살하는 '악마적' 폭정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지만 이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와 이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지난주 미국 등 서방의 공격이 단행된 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아사드에 전화를 걸어 변함없는 지지를 다짐했다.
이란은 현재 그 자신 경제난을 겪는 등 형편이 여유가 있는 나라가 아니다. 그러나 이란은 그동안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수십억 달러를 쏟아 넣고 있다.
지난해 이란에서 발생한 국내 시위 요인 가운데 하나가 국내 경제난을 외면한 채 '대외정치'에 막대한 국고를 낭비한다는 주민들의 불만이었다.
이란은 수십억 달러를 들여 시리아 내 수만 명의 아랍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의 시아파 용병 민병대를 무장, 훈련하고 보수를 지불하고 있다.
또 자신 과거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으로부터 잔혹한 화학무기 공격을 받은 희생자임에도 이번에는 아사드 정권에 화학무기 운반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아사드 정권은 사실상 이란의 지원으로 지탱하고 있다.
이란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아사드 정권을 이처럼 총력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란 측으로서 지정학적 요인이나 재정적 이해 때문은 아니고 그렇다고 이슬람공화국으로서 종교적 신념 때문도 아니라고 전문가들을 지적하고 있다.
시사지 애틀랜틱은 결국 이란의 시리아 지원 배경에는 숙적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수니파와의 패권 경쟁을 위한 알력도 요인이지만 '시오니즘'에 대한 증오가 근본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측근 보좌관인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는 최근 "이란과 시리아, 헤즈볼라, 이라크 및 하마스에 의한 대(對)이스라엘 저항연결망이 시리아 고속도로를 통과하고 있다"면서 특히 시리아가 연결망 가운데 핵심인 '골든링'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78세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존속하는 한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가 이란의 아사드 정권 지원을 정당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사드 정권이 정권 유지를 위해 설사 화학무기를 사용하더라도 궁극의 증오 대상인 이스라엘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이를 용인하리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란인들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으나 이스라엘 타도는 이란 혁명 이념의 가장 지속적인 지주가 돼왔다.
하메네이는 그동안 지속해서 지역의 암 덩어리인 이스라엘 제거를 위해 투쟁하는 전 세계의 모든 국가나 조직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다짐해왔다.
그는 무슬림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단결하면 25년 내로 이스라엘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시리아인 사망자 수는 50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는 지난 70년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따른 팔레스타인 주민 사망자 9만 명의 5배가 넘는다.
이란과 아사드 동맹에는 모순적인 측면도 있다. 종교적 계율을 중시하는 이란은 국내의 세속주의 세력을 탄압하고 있으나 아사드는 세속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헤즈볼라 전사들은 반라의 무희들이 춤추는 나이트클럽에서 승전 축하잔치를 벌이곤 했다.
하메네이는 경제적 자립을 위해 주민들에게 국산품 애용을 장려하고 있으나 이란의 도움을 받는 시리아 아사드의 부인 아스마는 런던으로 날아가 쇼핑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이란과 아사드 정권과의 유착은 근래 갈수록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핵심세력 혁명수비대 정보책임자인 메흐디 타에브는 "시리아는 이란의 35번째 주(州)"라면서 "만약 우리가 시리아를 상실하게 되면 테헤란도 지탱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리아드 히잡 전 시리아 총리는 "시리아는 이란에 의해 점령당한 상태"라면서 현재 시리아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사드가 아니라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카셈 술레이마니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이제 아사드 정권이 반군을 거의 제압하고 미국도 서서히 손을 떼려 하는 등 시리아 작전의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에 영구적인 군사기지를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으로부터 무장 드론의 이스라엘 접근이 가능해 벌써 이스라엘과 충돌 요인이 되고 있다.
무기 저장고 등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단발성 공격이 이러한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 화학무기 사용을 이유로 이란이 아사드 정권과 거리를 둘 가능성도 희박하다. 특히 하메네이가 생존해 있는 한 이란의 시리아 지원은 변함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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