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 혐의…대선 여론조작·정치권 연계 의혹 등은 서울경찰청 수사 중
경찰, '서유기' 등 공범 조사…"김경수, 조작 알았다고 볼 정황 아직 없어"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검찰이 17일 '댓글조작' 혐의를 받는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모(48)씨 등 3명을 재판에 넘겼다.
적용된 혐의는 올해 1월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조작한 단일 사안에 국한됐다. 김씨가 이 밖에도 지난 대선 기간을 포함해 광범위하게 불법적인 방식으로 인터넷 여론조작을 했는지, 여권과 연계됐는지 등 의혹에 관한 수사는 경찰이 계속 맡아 진행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진동 부장검사)는 '드루킹'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해온 인터넷 논객 김씨 등 3명을 형법상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김씨 등을 구속해 수사하고 나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 1월 17일 밤 10시께부터 이튿날 오전 2시45분까지 '매크로 프로그램'(같은 작업을 단시간에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해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에 달린 문재인 정부 비판 댓글에 집중적으로 '공감'을 클릭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여론조작 대상으로 삼은 것은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결정을 내렸다는 기사였다.
김씨 등은 기사에 달린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국민들 뿔났다', '땀 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 등 2개의 댓글에 614개의 포털 아이디(ID)를 활용해 각각 600여 차례 '공감' 클릭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가운데 김씨 등 2명은 민주당원으로 그간 인터넷에서 친여 성향의 활동을 주로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네이버 시사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 창고'를 운영하던 김씨는 자신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2014년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열었다. 주범 격인 김씨 외에 함께 구속기소된 이들 역시 이 카페 운영진들이다.
특히 이들은 2개 댓글에 대해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넘겨받은 네이버 아이디 614개와 일명 '서유기'로 불린 공범 박모씨가 입수해 온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마치 실제 네이버 이용자들이 댓글을 공감해 클릭한 것처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런 방법으로 각 댓글의 공감 수를 606번, 609번 클릭했다. 검찰은 이들이 네이버 정보처리장치 통계 집계 시스템의 통계자료를 잘못 인식하게 해 네이버 측의 댓글 순위 선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경찰과 검찰은 이들이 정부 비판 성향의 댓글을 집중적으로 추천한 행동의 배경과 다른 공모자 여부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경찰에 이어 검찰의 조사를 받으면서도 "보수 진영에서 벌인 일처럼 가장해 조작 프로그램을 테스트했다"는 취지로 거듭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민주당원들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쪽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술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친여 활동을 벌이고 나서 '보상' 차원에서 인사 이권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보복 차원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방향의 여론조작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들과 접촉해온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김씨가 오사카 총영사와 청와대 행정관 자리를 요구했으나 성사되지 않자 태도가 돌변해 반위협적인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김씨 일당이 기소 대상이 된 1월 17일 평창올림픽 기사 외에도 인터넷 공간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하거나, 타인의 아이디를 이용하는 등의 불법적인 방법으로 댓글 여론조작을 한 사실이 있는지 수사 중이다.
또 김씨 일당에게서 압수한 170여개의 휴대전화 중 검찰에 보낸 133개를 제외한 나머지를 상대로 한 디지털 증거 분석 등을 통해 과거 김 의원을 비롯한 여권 관계자들과 연계 정황이 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경찰은 김씨가 텔레그렘 비밀대화방에서 기사 인터넷 주소(URL) 3천여개를 담은 115개 말풍선(메시지) 보내는 등 자신의 활동을 알리려했지만 김 의원이 이를 전혀 읽지 않는 등 현재까지 김 의원이 김씨의 댓글조작 행위를 알았다고 볼 만한 정황이 포착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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