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운영·블로그 회원관리 등 비용 분석…배후 여부 추적
조직 실체 조금씩 드러나…매뉴얼 제작·비누업체 운영 등 나눠 맡아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이효석 기자 = 파워블로거 '드루킹'으로 활동했던 더불어민주당원 김모(48·구속)씨의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수사팀을 확대하고 김씨의 활동 자금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7일 "수사팀을 2개에서 5개로 확대 편성해 자금 출처, 추가 범행 유무 등을 철저히 수사하고, 이들의 배후를 파악하는 데도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씨와 공범 우모(32)·양모(35)씨 등 3명은 지난 1월 17일 밤 10시께부터 이튿날 오전 2시45분까지 '매크로 프로그램'(같은 작업을 단시간에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해 포털사이트 기사에 달린 문재인 정부 비판 댓글에 집중적으로 '공감'을 클릭한 혐의로 이날 기소됐다.
이들의 여죄와 공범을 추적하는 경찰에서는 그동안 이 사건을 2개 팀(13명)이 담당해왔으나, 사이버 수사 2개 팀(12명)과 세무·회계 전문가가 포진한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범죄수익추적수사팀(5명) 등 3개 팀을 추가 투입했다.
경찰이 수사팀을 확대하며 운영자금 수사에 갑작스레 착수한 것은 이에 대한 수사가 시급하다는 여론의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서울경찰청장 기자 간담회가 진행된 전날만 해도 댓글 작업 여죄와 공범 수사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당장 드루킹의 운영자금 관련 수사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금 관련 수사는 김씨가 운영한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느릅나무 출판사'라는 사실상 유령 출판사의 운영비용 출처를 밝히는데 맞춰질 전망이다.
이곳은 김씨 일당이 지난 1월17일 댓글조작 범행을 저지른 장소다. 이들은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결정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달린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국민들 뿔났다!', '땀 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 등 2개 댓글에 614개의 포털 아이디(ID)로 각각 606번·609번 '공감' 클릭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또 김씨가 2009년부터 운영한 포털사이트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20∼30명을 이곳에서 매일 모아 댓글 관련 작업을 벌였다는 점에서 사무실 임대비와 운영비, 인건비 등 운영자금이 들어갔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까지 경찰이 조사한 내용 등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드루킹' 김씨가 총지시를 내리는 가운데 30대 초중반의 공범들이 각자 역할을 나눠 맡아 조직을 운영했다.
'댓글조작 매뉴얼'을 만든 이는 우씨였다. 매뉴얼에는 '산채(느릅나무 출판사 1층의 회원제 카페) 방문 시 보안 USB를 하나씩 드릴 예정', '크롬 시크릿모드 창과 텔레그램만을 사용' 등 댓글조작 지침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느릅나무 사무실에 수시로 모였던 경공모 회원 20여명이 우씨가 만든 매뉴얼에 따라 댓글조작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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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조작에 이용된 매크로 프로그램은 일명 '서유기'로 불린 박모(30)씨가 구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박씨는 다른 공범 김모(29)씨와 함께 현재 불구속 상태인 피의자다.
박씨는 이들 일당이 운영자금을 벌어들이기 위해 세운 비누·주방용품 제조·판매업체 '플로랄맘'의 대표를 맡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플로랄맘은 출판사 이름과 같은 '느릅나무'라는 상호명으로 2015년 11월 설립 신고됐으며, 느릅나무 출판사와 같은 건물에 사업장을 뒀다.
이 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를 통해서 오게 됐다'는 등의 후기가 남겨져 있어 김씨 일당이 경공모에서 활발한 홍보 활동을 펼쳤음을 짐작케 했다.
김씨 등은 "경공모 차원에서 주최한 강연과 비누 판매 등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운영자금을 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무실 임대료에 비교했을 때 이들이 수입원이라고 말한 부분이 부족하고 출판사가 책도 발간하지 않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아 배후를 통한 다른 수입원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들 일당 5명의 계좌 15개를 지난달 말 임의제출 받았으며, 조만간 추가로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들 조직의 운영자금 흐름과 박씨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입한 비용, 지난달 21일 압수수색으로 발견된 휴대전화 170여대의 유지비용 등의 출처를 규명할 계획이다.
경찰은 지난달 압수수색 당시 이들 5명의 휴대전화를 확보한 데 이어 최근 통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1년간의 전체 통화·메시지 기록도 들여다보고 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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