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개혁 옹호 中원로, '미국의 소리' 중문판 인터뷰서 밝혀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개혁파 지식인을 대변하는 중국 원로인 리루이(李銳)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혹독하게 평가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중문판이 17일 보도했다.
지난 13일 101번째 생일을 맞았던 리루이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집권한 후 보여준 문화지식 수준에 크게 실망했다면서 "이전에는 그(시 주석)의 문화 수준이 이토록 낮은 줄 몰랐다. 초등학생 수준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리루이는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주석의 비서 출신으로 공산당 중앙조직부 상무 부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당과 중국의 민주개혁을 옹호하는 개혁파 지식인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과 절친한 관계였던 리루이는 "시중쉰은 대단한 사람이었고, 우리는 절친한 관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라며 고개를 흔들기도 했다.
리루이는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장을 지냈던 시절 찾아가 "윗사람에 대한 직언을 서슴지 않는 사람이 되라"고 충고했지만 시 주석이 이를 거부했다면서, 이를 시중쉰과 대비시키기도 했다.
시중쉰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강직한 사람으로 이름을 떨쳤다. 학생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1987년 실각한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에 대한 비판을 끝내 거부해 좌천되기도 했다.
리루이는 회고록에서 시 주석을 언급하면서 "사람은 권력을 잡으면 변하는데, 이런 사람을 많이 겪었다"면서 시 주석을 간접 비판하기도 했다.
홍콩 빈과일보는 리루이의 발언에 대한 중국 누리꾼의 반응을 전했다. 누리꾼들은 "마오쩌둥이 우민(愚民)정책을 폈는데, 시진핑이 결국 우민이 됐구나", "시진핑은 물론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도 똑같다" 등의 글을 올렸다.
리루이는 지난 3월 헌법 개정으로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이 가능해졌을 때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리루이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인은 개인숭배의 길로 흐르기 쉬운데 마오쩌둥에 이어 시진핑이 이러한 길을 가고 있다"며 "베트남도 변하고, 쿠바도 변하는데, 오직 북한과 중국만이 이러한 길을 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느 성의 간부도 시진핑을 옹호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신문에는 찬양하는 글뿐이니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다"고 한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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