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세이 '나뭇잎 일기' 출간…청담동 디스위켄드룸서 전시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허윤희 작가는 나무를 태워 만든 목탄으로 기억과 시간, 존재의 흔적을 남기는 드로잉 작업을 한다.
그는 2008년 5월부터 산책길에서 나뭇잎 한 장을 주워다가 가로 21cm, 세로 29.7cm의 공책에 과슈로 그리는 일을 해오고 있다. 짤막한 일기나 시도 덧붙인다.
벌써 천 여장이 된 '나뭇잎 일기' 중에서 2008~2009년, 2011~2012년 일기 380여 편을 묶은 책이 출판사 궁리를 통해 출간됐다.
그림에세이집을 펴면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다른 나뭇잎이 한 면씩 차지한 채 시간의 빛깔과 하루의 표정을 드러낸다.
짤막한 글에는 매일의 소소한 일상뿐 아니라 미술 작업이나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단상도 담겨 있다. 2011년 2월 14일에는 호랑가시나무잎 그림 아래 무명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의 이야기를 전하며 "가엾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작가는 나무를 두고 "보는 사람이 없어도 최선을 다하여 잎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나뭇잎 일기'를 그리고 쓰면서 인생과 존재의 비밀은 먼 곳에 있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 여기에, 나의 내면 깊은 곳에 있다. 오늘 내게 주어진 하루를 온몸으로 살고, 사랑하고, 꿈꾸리라. 그리고 나뭇잎 하나와 함께 이 삶의 순간들을 기록하리라."
책 출간에 맞춰 21일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 디스위켄드룸에서 전시 '마음 채집실'도 열린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그린 '나뭇잎 일기' 300여 점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시공간 전체에 채집된 형태로 나온다. 전시는 5월 11일까지.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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