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왜 '친문'→반문' 돌아섰나…경찰, 동기 수사에 주력

입력 2018-04-17 18:07   수정 2018-04-17 19:27

드루킹, 왜 '친문'→반문' 돌아섰나…경찰, 동기 수사에 주력

드루킹, 경찰서 "프로그램 테스트한 것" 주장…김경수 "인사청탁 좌절로 보복"
범행동기 드러낼 증거 아직 없어…경찰, 민주당 조직적 연루 의혹도 조사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이른바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된 '드루킹' 김모(48)씨 등 3명이 구속기한 만료를 앞두고 일부 혐의만을 적용받아 17일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경찰은 김씨 일당의 범행동기 파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월 17일 밤 10시께부터 이튿날 오전 2시 45분까지 '매크로 프로그램'(같은 작업을 단시간에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해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에 달린 문재인 정부 비판 댓글에 집중적으로 '공감'을 클릭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범행동기에 대해 "보수 진영에서 벌인 일처럼 가장해 '매크로 프로그램'(같은 작업을 단시간에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테스트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주장을 액면 그대로 신빙성이 있다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오랜 기간 '친노'(친 노무현)·'친문'(친 문재인) 성향의 활동을 해온 이들이 돌연 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전을 펼쳤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여권에서는 이번 댓글 조작 사건을 두고 '보상을 노린 정치 브로커의 음해 공작'으로 규정하려는 시각이 많다.
이들이 대선 기간 친여 활동을 벌이고 나서 '보상' 차원에서 인사 이권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보복 차원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방향의 여론조작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들과 접촉해온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김씨가 특정 인사를 오사카 총영사와 청와대 행정관 자리에 앉혀 달라고 요구했으나 성사되지 않자 급작스럽게 태도를 바꾸고 반(半)위협적인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도 자신이 김씨에게서 음해 공작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히며 김 의원을 거들었다.
실제로 김 의원과 관련한 일부 기사에는 김씨 일당의 소행이 아니냐는 의심을 낳는 '김경수 오사카' 등의 댓글이 집중적으로 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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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일당이 인사청탁 무산에 따른 보복으로 댓글 공작을 했다는 의혹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객관적 증거를 통해 검증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을 상대로 한 인사청탁이 무산됐다는 점 외에 다른 동기를 찾아볼 수 있는지도 수사 과정에서 따져야 할 대목이다. 김씨 등은 단순히 김 의원 개인을 상대로 화풀이성 댓글을 다는 것을 뛰어넘어 현 정부 전체를 상대로 부정적 여론조작 활동을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원인 김씨 등이 지난해 대선 기간에도 댓글 부대를 동원해 여론을 조작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경찰은 김씨와 주변인을 상대로 계좌추적을 벌이는 한편 김씨가 운영한 출판사 사무실 운영비 출처 등을 확인하며 김씨 활동에 민주당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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