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떠밀리듯' 뒤늦게 속도내는 '댓글조작' 경찰 수사(종합)

입력 2018-04-17 20:18   수정 2018-04-17 20:54

'여론 떠밀리듯' 뒤늦게 속도내는 '댓글조작' 경찰 수사(종합)

범행 장소 운영경비 수사 여부 하루 만에 말 바꿔
압수수색 영장 발부도 지연…'정권 눈치보기' 비판 자초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전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의 포털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곳곳에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사안의 중요도를 고려하면 한층 더 속도감 있는 수사가 필요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날 수사팀을 종전 2개에서 5개로 확대하고, 주범으로 보이는 김모(48, 필명 '드루킹')의 활동자금 수사를 위해 세무·회계전문가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이주민 서울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기자간담회에서 김씨 등의 범행 장소로 지목된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 운영 경비 수사 여부에 대해 "지금 수사에서 너무 확대됐다"며 당장 수사가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씨 등 구속 송치된 피의자 3명이 자동화 프로그램(매크로)을 이용해 댓글 추천수를 조작한 이유와 공범 유무, 여죄 수사가 우선인 만큼 일단 기존 혐의에 대한 보강수사에만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불과 하루 만에 경찰은 출판사 운영경비 수사를 맡을 전문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수사팀을 확대했다. 비싼 월세 등을 충당할 '배후 자금줄' 존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임에도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에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이처럼 여론에 떠밀리는 모양새를 보이기보다 댓글조작 혐의와 운영자금 실태 수사를 좀 더 일찍 '투트랙'으로 가져갔다면 의혹의 실체 규명도 빨라질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증거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기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서울경찰청은 처음 사건이 수사 의뢰된 경기 분당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직후인 2월 8일 느릅나무 출판사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경찰은 2주 가까이 지난 2월 20일 영장을 재신청했지만, 이번에는 검찰이 '보강수사 부족'을 이유로 청구하지 않고 돌려보냈다. 다시 보강수사를 거쳐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시점은 한 달이 더 지난 3월 21일이었다.
지난 1월 수사의뢰 당시 경찰 수사 착수 사실이 이미 알려진 만큼, 이처럼 강제수사가 계속 지연되는 과정에서 피의자들이 댓글이나 휴대전화 메시지 등 증거를 상당수 인멸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김씨 등이 증거인멸을 시도하자 긴급체포한 뒤 구속했다. 경찰이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은 10일까지여서 수사팀은 3월 30일 이들을 일단 검찰에 송치한 뒤 보강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범죄 연루자를 찾을 기초자료 확보를 위한 통신 영장은 사건 송치 한참 후인 이달 11일에야 신청했고, 그마저 한 차례 보강수사 지휘를 거쳐 6일이 지난 이날에야 발부받았다. 자금 내역 확인을 위한 계좌 압수수색 영장은 신청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직후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나 통화내역은 다 분석했고, 계좌는 피의자들이 구속되고 나서 지난달 말 은행으로부터 자료를 임의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휴대전화 170여개 중 133개를 사건 송치 당시 '양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분석 없이 검찰에 넘겼다가 이날 되가져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도 경찰 수사가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가 갖고 있던 휴대전화 분석이 마무리돼 돌려달라고 한 뒤 가져왔다"고 해명했다.
이런 정황 때문에 야권은 "이번 사건에 여당 핵심인 김경수 의원이 언급됐다는 이유로 경찰이 정권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경찰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pul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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