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이후 '사임 압박설'…검찰수사 부담·건강문제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닌 것 같고 정도에 따라서 경영해나가는 게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
권오준 포스코[005490] 회장이 지난달 31일 창립 5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정부가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CEO) 교체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 한 말이다.
당시 권 회장은 "CEO 관련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포스코가 건전한 활동으로 지속해서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 애정을 갖고 많이 도와달라"며 교체설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최근까지 자리에 남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권 회장이 18일 갑작스럽게 사임을 결정한 배경을 두고 재계에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자주 거론되는 설명은 정권 차원의 압박이다.
권 회장은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 경제인단에서 제외되면서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포스코 회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한 전례를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권 회장은 경제인단 구성을 조율한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요 경제단체로부터 추천받은 명단에 있었지만, 다른 대기업에 비해 미국 사업실적이나 투자계획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심의 단계에서 빠졌다.
그러나 포스코는 미국에서 활발한 사업활동을 하고 있고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수출 어려움 등 여러 현안이 있어 이런 설명은 충분히 납득되지 않았다.
이후 권 회장이 2017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 초청되면서 사퇴설이 가라앉는 듯했으나 권 회장은 문 대통령의 2017년 11월 인도네시아와 2017년 12월 중국 방문에서도 제외됐다.
최근에는 권 회장이 추진한 포스코 자원개발사업에 이명박 정부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권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최순실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이미 수사를 받은 적이 있는 권 회장이 추가 수사에 대한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최순실씨에 대한 특검 수사 과정에서는 청와대가 권 회장을 포스코 수장으로 낙점하고 이를 빌미로 포스코의 광고계열사인 포레카 지분 강탈 등 최씨의 이권 챙기기를 돕거나 묵인하게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시민옴부즈맨공동체는 최씨가 포스코 인사에 영향을 미친 의혹을 철저히 밝혀달라며 지난해 12월 최씨와 권 회장 등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권 회장과 함께 사퇴설이 제기됐던 황창규 KT[030200] 회장이 회사 임원들이 국회의원들을 불법 후원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최근 경찰 조사를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포스코는 권 회장의 거취 문제는 이사회 논의를 거쳐 결정돼야 하는 사안이라며 아직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권 회장은 지난 4년간 구조조정과 최근 창립 50주년 행사를 추진하면서 과로가 누적돼 건강검진에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조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의 건강문제와 함께 앞으로 시작되는 포스코의 또 다른 50년은 젊고 새로운 리더십으로 준비하면 좋겠다는 입장도 이사진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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