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말레이 총리 비자금' 연루 호화요트 압류취소 결정

인니, '말레이 총리 비자금' 연루 호화요트 압류취소 결정
재판부 "절차 안 지켜 무효"…외교관계 고려한 정치적 판결 논란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의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돼 최근 인도네시아 경찰에 압류된 2천600억원대의 초호화 요트에 대해 현지 법원이 압류취소 결정을 내렸다.
18일 인도네시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남(南) 자카르타 지방법원은 전날 요트 소유자 측이 인도네시아 경찰을 상대로 제기한 압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담당판사인 라트모호 판사는 "경찰에 의한 압류는 법적 근거가 없어 무효"라고 판결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요청에 따라 올해 2월 27일 발리 인근 해상에서 말레이시아 백만장자 금융업자 조 로우(36) 소유의 케이맨 제도 선적 요트 '에쿼니머티' 호를 압류했다.
에쿼니머티 호는 선체 길이가 91.5m에 이르는 대형 요트로, 시가가 2억5천만 달러(약 2천660억원)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조 로우는 1MDB에서 2009∼2015년 45억 달러(약 4조8천억원)에 이르는 공적 자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미국 법무부는 그가 할리우드 영화에 투자하거나 미국내 부동산, 미술품 등을 사들이는 수법으로 빼돌린 돈을 세탁한 것으로 보고 2016년부터 횡령 자금으로 조성된 17억 달러(약 1조8천억원) 규모의 미국내 자산에 대한 압류 절차를 진행해 왔다.
에쿼니머티 호 역시 압류 대상으로 지목된 자산 중 하나다.
하지만 재판부는 인도네시아 경찰이 해당 선박을 압류하는 과정에 중대한 절차적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인도네시아 법무인권부를 통해 형사사법 공조 요청이 접수되지 않은 상황에서, FBI의 주인도네시아 법무담당관이 요청했다는 이유만으로 압류에 착수한 것은 월권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일각에선 말레이시아와의 외교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판결이 아니냐는 논란도 고개를 들고 있다.
나집 총리는 조 로우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말레이 사법당국은 나집 총리의 개인 계좌에서 발견된 8천억원 상당의 뭉칫돈의 출처가 사우디 왕가의 기부금이라며 관련 수사를 종결했고, 조 로우가 1MDB의 사업상 의사결정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사실무근이란 태도를 보여왔다.
세툐 와시스토 인도네시아 경찰청 대변인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언제 요트를 소유주에게 반환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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