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남북 종전문제 논의 축복" 언급에 관심 집중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아흐레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논의가 11년만에 부활할지 관심을 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그들(남북한)은 (한국전쟁) 종전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고 말한 것이 시작이다.
종전(終戰) 선언이 이뤄진다면 현행 정전(停戰) 체제를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거론하는 '체제 안전 보장'의 핵심이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관심을 끄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적어도 트럼프 미 행정부가 한반도 비핵화의 대가로 북한에 안보 관련 상응조치를 제공하는 문제에 대해 검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아산정책연구원 신범철 선임 연구위원은 18일 "비핵화 논의에서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문제는 불가피한 논의 대상"이라며 "동전의 양면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는 북핵 6자회담 9·19 공동성명(2005년)에 명시됐고, 그 평화체제 논의의 '입구' 차원에서 법적으로 종결되지 않은 6·25 전쟁이 끝났음을 선언하자는 구상은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인 10·4선언에 들어갔다.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문구였다.
종전선언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들어간 것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평화체제 협상의 입구에서 관련국 정상들이 '종전'을 선언함으로써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에 동력을 공급하자는 취지였다.
비록 당시엔 한국의 정권교체와 남북관계 경색 등으로 인해 이행되지 못했지만, 남북·북미 연쇄정상회담이 예정되고, 우리 정부에 의해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구상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11년전의 3자∼4자 종전선언이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재확인되거나 비슷한 문구로 사실상 재등장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북한과의 '안보 대(對) 안보' 교환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작될 것인데, 종전선언이든 평화선언이든 평화협정으로 가는 과도기적이고 선언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그것을 시도하겠다고 설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거론하는) 북한 체제안전보장에 있어 한미가 진지하게 고민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종전선언 구상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부활하더라도 관련국들의 지지 속에 순조롭게 이행될지는 또 다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계기에 종전선언 구상에 대한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의 동의를 얻어 추진했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설명이었지만 당시 외교라인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미측이 평화협정 체결과 종전선언을 분리하는 우리 정부 구상에 동의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남북 간의 종전 논의를 "축복한다"고 밝힌 것이 평화체제 협상의 입구 차원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구상을 지지한 것으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이라는 개념화된 용어를 거론한 것이라기보다는 남북간에 적대관계를 청산함으로써 전쟁상태를 끝내려고 하는 노력에 대해 지지의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전에 종전선언을 하는 데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종전을 선언할 경우 한반도는 휴전관리체제에서 종전관리체제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휴전관리의 주체인 유엔사령부의 지위와 역할 변화 등 한반도 안보와 관련한 중요한 변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이 북한 비핵화 전에 이뤄질 경우 비핵화 논의에 대한 집중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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