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정면대립 속 아세안 10개 회원국 정상 이달말 회동
역내외 현안 논의…이해관계 얽혀 또 불협화음 노출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 회원국 정상이 통상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정면으로 충돌한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다.
아세안의 경제·안보 지형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안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면서 그사이에 낀 아세안 정상들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 관심을 끈다.
아세안은 오는 25∼28일 싱가포르에서 제32차 정상회의를 열어 역내외 현안을 논의하고 대처 방안을 모색한다.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회원국 정상이 모두 참석하는 올해 첫 회의다.
남중국해 사태는 아세안의 안보와 직결돼 있다. 베트남, 필리핀이 중국과의 대표적인 영유권 분쟁 당사국이다.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최근 각각 항공모함을 동원하는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남중국해 긴장이 한층 고조됐다.
이런 남중국해 사태는 아세안의 '뜨거운 감자'로 회원국들의 불협화음을 노출해왔다.
중국에 대한 강경 입장을 견지하는 베트남, 반중에서 친중으로 돌아선 필리핀, 중국과 갈수록 경제·군사적으로 밀착하는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가세로 아세안의 친중 성향이 짙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이견만 확인하고 공동 성명에 원론적인 내용을 담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아세안은 이 정상회의 성명에서 해양협력 증진의 중요성을 반복하며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앞서 아세안은 작년 11월 31차 정상회의를 마치고 사흘이나 늦게 내놓은 성명에서 남중국해 군사기지화에 속도를 내는 중국을 언급하지 않은 채 비군사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그쳤다.
같은 해 4월 나온 아세안 의장 성명에서는 중국의 인공섬 건설과 군사기지화를 거론하지 않아 중국이 '남중국해 외교전'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년 8월 중국과 아세안은 남중국해에서 우발적 충돌 등 영유권 분쟁 악화를 막기 위한 행동준칙(COC) 제정 협상을 본격화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별다른 진전이 없다.
중국이 COC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데 반대하고 있어 COC가 만들어져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미·중 통상 갈등의 영향권에 있는 아세안의 행보도 주목된다.
중국과 미국을 주요 교역 파트너로 둔 아세안으로서는 두 강대국의 무역전쟁이 현실화하면 수출이 타격받고 강한 경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아세안은 지난 6일 열린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촉발한 보호무역주의 물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졌지만, 미국과 중국을 둘러싼 회원국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공동 성명에는 그 우려를 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안 의장국인 싱가포르의 헹 스위 킷 재무장관은 당시 "부상하는 보호주의의 위험성과 무역 분쟁 악화 가능성에 대해 경고음을 냈다"고 밝혔지만, 미국을 비판하거나 중국을 옹호하지는 않았다.
아세안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국제 교역의 자유를 강조하며 미·중 통상 갈등 격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연내 타결에 속도를 내자는 의지를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RCEP 협상에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인도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RCEP가 발효되면 총인구 30억 명,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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