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꺾으려 병원부터 쳤다…시리아 의료체계 붕괴 '대재앙'

입력 2018-04-18 16:16  

반군 꺾으려 병원부터 쳤다…시리아 의료체계 붕괴 '대재앙'
'잔혹한 기록' 의료시설 492회 피격·기대수명 60대 추락
병원·의료진·약 바닥…"무기피살 40만명보다 병사자 많아"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여성은 내전으로 길이 막혀 결국 병원에 가지 못하고 시리아의 한 도시 이들리브에서 죽음을 맞았다. 지난겨울 알레포의 한 병원에서는 신생아들이 추위에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사망했다.
7만명이 사는 도시에 의료시설은 단 두 개밖에 남지 않았다. 그나마 의료진과 약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리아 내전이 7년 넘게 이어지며 현지 의료체계가 참혹하게 붕괴됐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가 '인권을 위한 의사들'(PHR)의 분석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시리아에서는 지난 7년간 현지 의료시설에 492회의 공격이 이뤄졌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 847명이 목숨을 잃었다.
내전 기간 폭탄 등 무기에 목숨을 빼앗긴 이는 40만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보다 훨씬 많은 이가 의료체계 붕괴로 사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역 체계가 사실상 공백 상태에 빠지면서 전염병도 크게 늘었다. 곳곳에 방치된 시신이 썩으면서 파리들이 온갖 전염병을 퍼트렸기 때문이다.
무더기로 사람들이 희생되면서 기대수명도 크게 짧아졌다.
WHO에 따르면 2008년만 하더라도 시리아인의 기대수명은 72세였다. 하지만 2015년에는 65세로 뚝 떨어졌다.



이처럼 시리아의 의료시스템이 괴멸된 것은 단순히 내전이 격렬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시리아 정부군이 의도적으로 반군 장악 지역의 병원 시설을 골라서 타격했기 때문이라는 게 WSJ의 설명이다.
시리아 내전은 2011년 '아랍의 봄' 민중봉기에서 비롯됐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의 강경 진압에 시위는 유혈사태로 악화했고, 결국 내전으로 비화했다.
초기에는 반정부 진영이 우세했으나 이란이 개입해 아사드 정권을 지지했고 러시아마저 가세하면서 전세는 시리아 정부로 기울었다.
이 과정에서 반군의 근거지를 무너뜨리기 위해 시리아군이 병원부터 쳤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반군 세력을 떠받치는 인프라 가운데 병원 시설이 핵심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 2월 시리아군이 반군 거점 지역인 동구타를 공격할 때가 대표적인 예다. 5주 내내 거의 매일같이 병원에 대한 폭격이 이뤄졌고 특히 로켓 공격 등이 집중된 한 주 동안에는 무려 24개의 의료시설이 피해를 봤다.
수재나 서킨 PHR 국제정책 팀장은 "시리아군은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병원 시설을 공격했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에는 프랑스 외무부가 시리아군의 병원과 민간인 공격 행태를 겨냥해 정면 비판한 적이 있다.
당시 시리아 정부는 그런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프랑스가 시리아에서의 정책 실패 책임에 집중되는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인도주의 관련 사안을 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한때 이슬람국가(IS) 세력의 거점이었던 도시 라카의 경우 인구가 7만명이나 되지만 병원은 단 두 곳만 남았다.
가족과 함께 몇 시간을 걸어 이 병원에 도착했지만 변변한 치료를 받지 못한 무함마드 이스마일은 "병원도 없고 의사도 없고 약도 없다"고 한탄했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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