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이 멤버 리멤버'…故 김주혁은 영원한 큰형"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언제 봐도 편안한 KBS 2TV 간판 예능 '해피선데이-1박2일'의 6번째 선장 유일용(39) PD는 고향이 충남 서산시 인지면 애정리. 농번기엔 소를 키우고 농한기엔 언 무논에서 썰매를 탔다는 그는 어쩌면 팔도강산을 누비는 '1박2일'에 가장 잘 어울리는 PD일지도 모른다.
2년간 시즌3를 이끈 유 PD는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나 '1박2일'을 처음 맡은 순간을 "'나 어떡하지!'였죠"라고 회상했다. 그랬던 그는 '이 멤버, 리멤버'를 외치는 김준호, 차태현, 김종민, 데프콘, 윤시윤, 정준영과 함께 무사히 10주년을 넘겼고, 시청률도 두 자릿수를 안정적으로 사수한다.
나영석 등 스타 PD 뒤를 이은 그는 부담이 컸지만 '시골 출신'이라는 자신만의 강점을 살려 2년을 버텨왔다고 했다.
"예전에 시청자로서 '1박2일'을 볼 때도 '6시 내고향'을 보는 것 같은, 시골의 정감 있는 이야기들이 참 좋았어요. 제가 시골 출신이니까 경험을 살려서 시골에 가도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풍성하게 풀어내려고 노력해요. 어릴 적부터 봐온 자연과 야생동물들도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고요."
유 PD는 '1박2일'이 10주년을 무사히 맞은 데 대해서는 "최근 관찰예능이 넘쳐나지만 '1박2일'은 온 가족이 모여봐도 세대 차이를 느끼지 않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버라이어티의 포맷을 유지해왔다. 그게 오히려 희소성을 갖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1박2일'을 한 마디로 '우렁된장찌개'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그는 "예능에 시즌제를 도입하는 것에 동의하지만 '1박2일' 만큼은 쉬면 안 될 것 같다"며 "전국에서 우리 프로그램을 보며 한 주를 마무리해주시는 게 가장 큰 동력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영석 선배가 3년 반 연출했고, 유호진 선배도 2년 넘게 했다. 지칠 때쯤 PD가 바뀌면서 방송이 계속된다"고 웃었다.
유 PD는 그동안 함께 해준 멤버들의 이름도 하나씩 읊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6명 중 카메라 앞에서와 뒤에서 다른 사람은 없어요. 카메라가 돌아도 집에 있는 것처럼 지내요. 생리현상은 물론이고요. (웃음) 김준호 씨는 정말 '고스란히' 해요. 차태현 씨도 배우인데 코 골고 자고요. 김종민 씨는 방송 이미지와 조금 다른 점이 있는데, 내성적이고 생각이 깊어요. 데프콘 씨는 그야말로 의욕이 넘치고, 동구(윤시윤) 씨도 쉼 없이 역할을 고민해요. 정준영 씨 역시 지루한 걸 못 참고, 늘 새로운 걸 시도하죠. '이 멤버 리멤버', 우리 모토처럼 당분간은 멤버 변화 없이 그대로 갈 것 같아요. 조합이 정말 좋아서요. 다만 게스트 등을 활용해 젊음을 수혈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막내가 서른이라…. (웃음)"
그는 지난해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배우 김주혁에 대해서는 "그 형은 진짜 그냥 좋은 형이다. 집안의 큰형이었다. 영원한 '1박2일'의 멤버"라고 추억했다.
'1박2일'은 지난해 방송 10주년을 맞아 3가지 특집을 기획했지만 KBS 파업으로 교민 특집 한 가지만 실현됐다.
"김주혁 씨와 하는 특집도 있었고, 여러 가지 준비했는데 못 보여드리게 돼 아쉽죠. 그래도 교민들이 현지에서 많이 좋아해 주셔서 위안이 됐어요. 올해도 할 일이 많죠. 파업 중에도 멤버들이 언제 파업이 끝날지 모른다며 스케줄도 안 잡고 복귀를 기다려왔거든요. 색다른 시청자 투어도 기획하고 있고요, 해외도 의미 있는 곳을 찾아보고 있어요. 평양 특집요? 북한은 미지의 세계니 정말 가보고 싶긴 하죠. 특히 실향민들께서 보시면 굉장히 좋아하실 것 같아요."
'1박2일'의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시청률에 비해 아쉬운 화제성으로 꼽힌다.
그러나 유 PD는 "두 가지를 다 잡는 건 욕심"이라고 했다.
"'1박2일'은 화제성을 따라가면 오히려 독이 될 것 같아요. 자꾸 자극적인 걸 찾기보다는 한 주를 가족끼리 편안하게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보는 프로그램이니까요. 앞으로도 우렁된장찌개로 남을 생각입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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