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검·경서 "보수층 가장해 테스트" 진술
'청탁좌절로 음해공작' 김경수 주장과 달라…범행동기 중점 조사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이른바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모(49, 필명 '드루킹')씨가 보수진영의 댓글 조작 실태에 대한 수사를 유도하기 위해서 직접 댓글 조작을 모의했다고 검찰이 1차 결론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김씨의 진술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보상을 노린 정치 브로커의 음해 공작'이라는 여권의 시각과는 차이가 난다. 다만, 아직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 많아 이번 잠정 결론이 수정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일부 혐의로 우선 구속해 사건을 검찰로 넘긴 후 여타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은 수사팀을 확대해 김씨 일당의 범행 동기를 추가로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진동 부장검사)는 김씨 등 3명을 형법상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전날 구속기소하면서 이들의 범행 동기에 대해 "보수 지지층에서 댓글 순위를 조작하는 것처럼 가장해 보수층의 댓글 조작 혐의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을 만들기로 모의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일부 보수 진영에서 '매크로 프로그램'(같은 작업을 단시간에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댓글 순위를 조작한다는 소문을 들은 김씨 일당이 이런 행위를 '응징'하고자 자신들이 직접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리며 수사 촉구성 여론을 환기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김씨 등은 앞선 경찰 조사에서 이같은 취지로 진술한 데 이어 검찰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18일 김씨 등의 구속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이런 내용의 1차 수사결과를 토대로 공소장을 작성해 17일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김씨 일당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자면 이들이 보수 성향임을 '가장'한 것은 '수사 유도를 위한 공작'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 주장을 액면 그대로 신빙성이 있다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여권에서는 이번 댓글 조작 사건을 두고 '보상을 노린 정치 브로커의 음해 공작'으로 규정하는 시각이 많다.
이들이 대선 기간 친여 활동을 벌이고 나서 '보상' 차원에서 인사 이권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보복 차원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방향의 여론조작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들과 접촉해온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김씨가 특정 인사를 오사카 총영사와 청와대 행정관 자리에 앉혀 달라고 요구했으나 성사되지 않자 급작스럽게 태도를 바꿔 반(半)위협적인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김씨 일당의 댓글 공작이 수사 유도를 위한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보상을 노린 음해 공작이었는지는 추가 수사과정에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야권에서 김씨 일당이 민주당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으며 대선 이전부터 댓글 활동을 펼쳐왔다는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수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경찰로부터 모든 증거자료를 받아본 게 아니기 때문에 범행동기가 바뀔 가능성은 열려 있다"라고 말했다. 추가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론이 굳어진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서울경찰청은 종전 2개였던 수사팀을 5개로 늘려 김씨 일당의 활동비 출처를 추적하는 동시에 추가 범행 동기가 있는지를 조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