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협정도 체결 못할 경우 연간 손실액은 123조 넘어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양측이 어떠한 미래관계를 설정하더라도 영국 입장에서는 재정적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브렉시트 이후 EU 분담금 등을 줄이면 국민보건서비스(NHS) 등 공공서비스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 달리 오히려 여력이 줄어드는 셈이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진보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킹스턴 칼리지의 조너선 포르티스 교수가 이끄는 싱크탱크 '글로벌 퓨처(Global Future)'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 간 미래관계로 거론되는 시나리오별로 영국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은 크게 양측이 아무런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 EU-노르웨이 간 체결한 유럽경제지역(EEA) 모델, EU-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FTA) 모델, 영국 정부가 제시한 '맞춤형 무역협정(bespoke deal)' 모델 등으로 나눠 진행됐다.
영국이 EU를 떠난 뒤 별도 무역협정 없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따를 경우 영국의 재정은 2033∼2034년까지 매년 810억 파운드(한화 약 123조4천200억원)의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캐나다 모델을 택할 경우 이같은 부정적 영향은 연간 570억 파운드(약 86조8천억원), 노르웨이 모델을 따르면 170억 파운드(약 25조9천억원) 정도로 예상됐다.
영국이 원하는 '맞춤형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재정 손실 규모는 연간 400억 파운드(약 60조9천억원)로 추정됐다.
구체적으로 비관세장벽으로 인해 현재 대비 230억 파운드(약 35조1천200억원), 자유로운 이동의 제한으로 60억 파운드(약 9조1천400억원), 관세장벽 및 계속되는 EU 분담금 부담, '이혼합의금'인 EU 분담금 정산 등으로 380억 파운드(58조원)의 손실이 각각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관세 수입과 EU 분담금 축소에 따른 혜택은 270억 파운드(약 41조 1천200억원)에 불과해 전체적으로는 매년 400억 파운드(약 60조9천억원)의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는 매일 6억1천500만 파운드(약 9천400억원)를 부담해야 하는 수준이다.
FT는 "이같은 분석 결과는 '맞춤형 무역협정'이 있더라도 2018년 NHS 예산 대비 22%에 해당하는 돈을 덜 써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퓨처가 2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찬성표를 던진 이들 중에서도 78%는 투표 당시에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악영향이 크다고 응답했다.
4가지 시나리오 중 우선순위를 묻자 절반이 넘는 51%가 가장 부정적 영향이 적은 EU-노르웨이 모델을 선택했다.
포르티스 교수는 "어떤 브렉시트를 택할지 결정해야 한다면 최소한 얼마만큼의 비용이 드는지를 알아야 한다"면서 "(시나리오에 따른) 비용 중 어느 것을 감내할 수 있을지는 우리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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