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앙스포 파리캠퍼스, 학생 점거농성으로 폐쇄
프랑스 전역서 대입제도 개편에 반발해 동맹휴업…대학교육 '파행'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졸업한 명문 시앙스포(파리정치대학)의 파리 캠퍼스가 학생들의 점거농성으로 전격 폐쇄됐다.
프랑스 곳곳에서는 대학생들이 정부의 대입제도 개편에 반대해 학교 점거농성을 한 달째 이어가면서 대학교육이 파행을 빚고 있다.
시앙스포에 따르면 파리 6구에 있는 이 대학 캠퍼스는 안전상의 이유로 18일(현지시간) 전면 폐쇄됐다.
시앙스포 파리캠퍼스 학생들은 17일(현지시간) 학생 연석회의 토론 끝에 학교 본부건물을 점거하고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학교 건물에 '마크롱, 당신의 모교가 봉쇄됐다', '시앙스포 학생들은 마크롱의 독재에 반대한다' 등의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시앙스포는 마크롱 대통령도 다닌 학교로 프랑스 정·재계 지도자들을 다수 배출한 명문이다.
지난주에는 파리 소르본대학에 경찰이 진입해 학교를 점거한 채 농성하던 학생들을 강제로 해산시켰으며, 최근 파리 팡테옹-소르본대 캠퍼스에는 극우세력으로 보이는 괴한들이 학교를 점거한 채 농성하는 대학생들에게 화염병을 던지고 달아나기도 했다.
프랑스 전역에서는 이처럼 정부의 교육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동맹휴업이 3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고등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전체 70개 국립대 중에 4개 대학이 점거농성으로 전면폐쇄됐으며, 9개 대학은 수업과 시험이 대거 취소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프랑스 대학생들이 이처럼 동맹휴업과 점거농성에 나선 것은 정부의 대학 학생선발권 확대에 반대해서다.
프랑스에서는 그동안 지원자가 정원을 넘겨 몰리는 대학들이 무작위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해왔지만, 마크롱 정부는 고교 성적과 활동기록 등을 참고해 대학이 자체적으로 입학이나 조건부 입학, 불합격자를 가리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대학생들은 그러나 대입제도 개편이 프랑스의 평등주의적인 교육원칙을 깨고 엘리트주의와 자본친화적인 교육을 도입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 철도노조가 정부의 국철(SNCF) 개편에 반대해 이달 초부터 주 이틀씩의 총파업에 나선 가운데 노조와 좌파진영도 학생들의 대정부 투쟁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이들은 50년 전 1968년 봄에 프랑스 전역의 대학생들이 학교를 점거하고 파업노동자들과 연대했던 이른바 '68년 5월 혁명'의 정신을 이어받아 현 정부의 시장친화적 사회개편 시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968년 3∼5월에는 프랑스 전역에서 대학생과 파업 노동자가 결합해 샤를 드골의 오랜 집권에 따른 사회의 보수화와 권위주의에 저항하고 베트남전 반대, 대학의 자유, 성적 자기결정권 확대 등을 역설했다.
당시 5월 학생들과 파업 노동자들이 파리 등 도시들의 시내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쌓고 대규모 장외투쟁을 벌이면서 프랑스 경제는 거의 마비 직전의 수준으로 내몰렸다. 당시 샤를 드골 대통령은 결국 의회를 해산했고 1969년에는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