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주파수 커진 판돈에 이통사 '울상'…관건은 총량 제한

입력 2018-04-19 13:00   수정 2018-04-19 16:44

5G 주파수 커진 판돈에 이통사 '울상'…관건은 총량 제한

"최저 경매가 3조3천억 비싸…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총량 제한 기준 높을수록 낙찰가 뛸 듯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19일 공개된 5G 주파수 경매안의 핵심은 3조3천억원에 달하는 시작가(최저 경쟁가)와 총량 제한이다.
이동통신 3사는 최저 경쟁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반응이나 최종 낙찰가를 좌우할 총량 제한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한 통신사가 가져갈 수 있는 주파수 양을 제한하는 총량 제한은 향후 경쟁의 열기를 가늠할 열쇠가 될 전망이다.
◇ 정부 "10조에서 낮춘 것" vs 이통사 "리스크 고려하면 비싸"
경매 대역인 3.5㎓(기가헤르츠)와 28㎓ 중 이통사가 주목하는 대역은 3.5㎓다. 3.5㎓는 28㎓보다 전파의 회절성(휘어지거나 통과하는 성질)이 강하고, 주파수 도달 범위가 넓어 전국망 구축에 유리하다.
3.5㎓ 대역에서는 280㎒(메가헤르츠) 폭이 매물로 나왔다. 최저 경쟁가는 2조6천544억원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산식을 밝히지 않았지만, 사업자의 부담을 고려해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LTE 산식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28㎓ 대역을 합해 시작가가 10조원에 이르지만, 산식을 변경해 시작가를 낮췄다는 설명이다.
가장 최근 있었던 2016년 LTE 주파수 경매 최저가(140㎒ 폭에 약 2조6천억원)와 비교해도 비싸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통업계는 시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반응이다. 3.5㎓ 대역의 블록당 가격은 1㎒ 기준 약 95억원으로, 최근 5G 주파수 경매를 진행한 영국(3.4㎓ 대역 1㎒당 3억원)과 비교하면 시장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5G는 사업 불확실성이 크고 LTE 대비 최소 2∼3배 투자 부담이 늘어나는데, 통신비 인하 압박에 최저 경매가도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와 5G 생태계 확대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작가가 높으면 그만큼 낙찰가도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과도한 낙찰가는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현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과 배치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국내 경매 사례를 봤을 때 낙찰가가 크게 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 3차례 경매에서 12개 블록이 매물로 나왔는데 이 가운데 2개가 유찰됐고, 6개가 최저 경쟁가에 낙찰됐다. 총 낙찰가는 6조2천억원으로, 최저 시작가 5조7천억원보다 5천억원 많았다.
정부는 영국의 경우 최저가를 가능한 낮게 잡고 라운드를 거듭하며 낙찰가를 크게 올리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영국의 최종 낙찰가는 시작가의 38배에 달했다.
과기부 류제명 전파정책국장은 "영국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며 "280㎒ 폭은 현재 LTE 대역폭 340㎒에 버금가는 양이다. 기존 경매보다 초기 공급 물량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최저 가격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 총량 제한이 열쇠…KT·LGU+ "격차 최소화 해야" SKT "최대 폭 확보한다"
관건은 총량 제한이다. 한 개 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는 총량을 많이 허용할수록 낙찰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3.5㎓ 대역 100㎒, 110㎒, 120㎒ 등 3가지 안 중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1위 사업자의 주파수 보유 총량이 기존 보유량을 합해 40%를 넘지 않게 하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균등 배분을 주장해온 KT와 LG유플러스는 100㎒(총량의 37%)를 선호한다. 100·100·80㎒나 100·90·90㎒ 등 그나마 서로 비슷하게 할당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력이 큰 1위 사업자 SK텔레콤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KT 관계자는 "5G 서비스가 활성화하고, 요금 및 서비스 경쟁이 촉발되려면 대역폭을 공정하게 분배해 사업자 간 격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SK텔레콤은 120㎒를 선호한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가장 많은 만큼 대역폭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총량 제한 역시 높이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사업자 수요 및 경매제 취지를 고려한 합리적인 총량 제한 설정이 필요하다"며 "향후 공청회 및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충분한 의견을 개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입찰 기준가도 관심…기준가 클수록 라운드마다 판돈 급증
라운드가 진행될 때마다 올라가는 기준 가격(입찰 증분)도 관심사다.
이번 경매는 주파수를 블록 단위로 잘게 쪼개 블록 개수와 위치를 정하는 클록 방식으로 진행된다.
3.5㎓ 대역은 10㎒씩 28개, 28㎓ 대역은 100㎒씩 24개 블록으로 구성된다.
경매는 블록 양을 결정하는 1단계에 이어 블록 위치(순서)를 결정하는 2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1단계는 블록당 최저 경쟁가로 시작해 수요량과 공급량이 맞을 때까지 라운드를 거듭하며 미리 정해진 금액(입찰 증분)만큼 점차 올려나가는 방식이다.
3.5㎓ 대역의 경우 블록당 948억원으로 출발해 3개사가 제출한 총 블록 양이 공급량인 28개와 일치할 때까지 입찰 증분만큼 가격을 올리며 라운드를 이어가게 된다.

입찰 증분이 10억원으로 정해질 경우 라운드가 한번 반복될 때마다 총 낙찰가가 280억원씩 늘어나는 구조다. 입찰 증분이 클수록 라운드마다 증액되는 금액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통신사는 블록 양을 줄일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써 낙찰가를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총량 제한과 입찰 증분 등에 따라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총량 제한과 함께 입찰 증분도 추가 검토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류제명 국장은 "경매 과열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총량 제한인데 거기에 적합한 증분을 제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okk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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