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끝나는 이달 말까지는 돌파구 마련 힘들 듯"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엘리사베타 알베르티 카셀라티(71) 이탈리아 상원의장이 교착 상태에 빠진 이탈리아 정부 구성 작업의 물꼬를 틀 중재자로 임명됐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카셀라티 의장을 로마에 위치한 대통령궁 퀴리날레로 호출, 그에게 각 정당 간 협상을 조율해 정부 구성을 타진할 권한을 부여했다.
카셀라티 의장은 이에 따라 마타렐라 대통령을 대신해 주요 정당 사이의 의견을 취합하고, 이견을 조정함으로써 조속히 새 정부가 출범할 수 있도록 하는 중재자 역할을 본격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의 중재로 정부가 새로 출범하더라도 그가 총리를 맡지는 않을 전망이다.
카셀라티 의장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소속의 여성 정치인으로, 지난 달 이탈리아 정치권의 합의에 따라 신임 상원의장으로 선출됐다.
유럽연합(EU) 경제 규모 3번째 국가인 이탈리아는 각 정당 간 연정 협상이 난항에 빠지며 총선 실시 6주가 지나도록 새 정부를 출범시키지 못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지난 4∼5일, 13∼14일에 각 정파 대표들과 정치권 주요 인사들을 대통령궁으로 불러들여 정부 구성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으나, 주요 정당들 사이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며 2차례에 걸친 협의 모두 소득 없이 종료됐다.
점증하는 시리아 위기, 격화하는 글로벌 무역 분쟁 등 시급한 현안에 대처하기 위해 조속히 정부가 구성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마타렐라 대통령은 카셀라티 의원이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 각 정당들이 좀 더 허심탄회하게 연정 구성 논의에 나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구성을 둘러싼 교착 상황은 지방선거가 종료되는 이달 말까지는 계속 이어질 것이란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오는 22일 남부 몰리제, 29일 북동부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 주에서 예정된 지방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각 정당들이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 후퇴하는 모습을 보일 여지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총선에서 반난민 정서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을 등에 업고 나란히 약진한 뒤 정부 구성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은 각각 몰리제와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를 노리고 있다.
오성운동은 이번 총선에서 32.5%의 표를 얻어 최대 정당으로 발돋움했고, 동맹은 17.5%를 득표해 14%에 그친 FI를 제치고 우파연합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급부상했다.
오성운동은 지난 5년 간 정부를 이끌었던 중도좌파 민주당이나 동맹과 손을 잡고 정부를 꾸릴 수 있다는 입장이고, 동맹은 이번 총선에서 총 37%의 표를 얻은 우파연합을 주축으로 한 연정에 오성운동이 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성운동은 부패와 구습의 대명사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는 손을 잡을 수 없다며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에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결별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살비니 대표는 우파연합을 깰 수 없다고 맞서고 있어 현재로서는 양측이 접점을 찾기 어려운 형국이다.
당초 연정 구성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던 중도좌파 민주당은 야당으로 남아 당 재건에 몰두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천명한 바 있어, 오성운동과 민주당의 연정 가능성도 희박한 상황이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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