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선배의 일침에 반성하고 각성"…타율 0.365·출루율 0.461 활약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화 이글스 팬들에게 이제 '2번타자 좌익수 양성우(29)'는 매우 익숙하다.
2번타자에 어울리는 성적도 내고 있다.
양성우는 18일까지 타율 0.365(9위), 출루율 0.461(7위)을 올렸다.
지난해까지는 늘 볼넷보다 삼진이 많았지만, 올해는 볼넷이 10개로 삼진(4개)의 2.5배다.
18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양성우는 "선배들의 일침이 좋은 자극을 줬다"고 했다.
한화에는 최정상급 야수가 많다. 김태균(36)과 정근우(36), 송광민(35), 이용규(33) 등 30대 선수들은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뽐낸다.
양성우는 "워낙 대단한 선배들이 많아서 '나는 선배들을 따라가면 된다'는 소극적인 생각을 했다"며 "그런데 지난 시즌 말미에 김태균 선배가 '팀이 강해지려면 너와 오선진처럼 1군 경험 쌓은 20대가 우리를 제치고 올라와야 한다'고 하셨다. 정말 큰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형들이 해주겠지'라고 안이한 생각을 했다. 형들에게 의존하면서 내 발전은 더뎠던 것 같다"고 반성하며 "태균이 형 등 선배들의 일침에 내 마음가짐부터 바꿨다. 스프링캠프에서 더 적극적으로 훈련했다. 이젠 '내가 출루해야 팀이 승리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마음먹고 타석에 선다"고 했다.
올해 양성우는 범타로 물러나면 세상이 무너진 듯 비통한 표정을 짓고, 내야 땅볼에도 전력 질주하는 근성을 보인다.
한용덕 감독도 "양성우는 정말 의욕이 넘치는 선수"라고 흐뭇하게 웃었다.
양성우는 의욕으로 좌익수 경쟁에서 승리했다.
'국가대표 중견수' 이용규를 보유한 한화가 외국인 타자를 외야수(재러드 호잉)로 채우면서 양성우가 설 자리는 좌익수 한 곳으로 줄었다.
양성우는 이성열(34), 최진행(33) 등과 경쟁했다.
양성우는 "성열이 형이 시범경기에서 다치면서 내가 기회를 얻었다. 절대 내가 경쟁에서 승리한 게 아니다"라고 몸을 낮췄지만, 이성열이 1군으로 복귀한 뒤에도 양성우는 한화 주전 좌익수로 뛰고 있다.
그 덕에 양성우도 조금 더 큰 꿈을 꿀 수 있다. 양성우는 2016년 처음으로 100경기 이상(108경기)을 뛰었고, 지난해에는 118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규정 타석은 채운 적이 없다.
양성우는 "한때 내게 규정 타석은 도저히 넘지 못할 선이었다. 올해는 꼭 규정 타석에 진입하고 싶다"며 "우리 팀에 나보다 좋은 외야수가 많다. 높은 출루율을 유지해야 규정 타석을 채울 수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양성우는 '사연 덩어리'다.
그는 동국대 신입생이던 2008년 말, 교통사고를 당해 어깨 수술을 받았다.
양성우는 "2학년을 통째로 쉬었으니 큰 부상이긴 했다. 그런데 정말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어차피 내 꿈은 프로 선수였으니까. 미리 고생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떠올렸다.
2012년 한화에 입단한 그를 보고 당시 사령탑 한대화 감독은 '미래의 1번타자'라고 평가하며 양성우에게 1군에서 뛸 기회를 줬다. 그러나 양성우는 45경기에서 타율 0.195에 그쳐 연착륙에 실패했다.
그때도 양성우는 "아직 배울 게 많다. 조금 더 기다리자"고 긍정적인 생각만 했다.
시간이 흐르고, 양성우는 더 독해졌다.
양성우는 "지금은 잘 맞고 있지만, 언제든 슬럼프가 올 수 있고 (2군 훈련장이 있는) 서산에도 갈 수 있다"며 "2군에 가도 좌절하지 않겠다. 그러나 기회를 살리지 못한 나를 다그쳐서 다시 1군에 올라올 것"이라고 했다.
"언제든 2군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긴장감조차, 현재 양성우에게는 좋은 자극이 된다. '20대 주전 야수'를 원하는 한화에는 매우 좋은 징조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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