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인도 여성 레슬러들이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는 25일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와 같은 날 개봉하는 인도 영화 '당갈' 이야기다.
'당갈'(니테쉬 티와리 감독)은 2010년 영연방 경기대회에서 인도 여성 레슬링 선수 최초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두 선수와 그들을 레슬러로 키워낸 아버지의 성공 신화를 그린다.
배우와 감독의 인지도, 화제성, 물량공세 면에서 '어벤져스'와는 상당한 체급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한판 붙어볼 만한 정도로 만만치 않은 내공을 지녔다.
스릴 넘치는 짜릿한 경기장면 등 여러 볼거리와 부성애, 자매간의 우정 등 감동 스토리가 2시간 41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꽉 채운다. 춤과 노래, 코미디, 멜로드라마 등을 한데 버무린 인도영화의 특징도 잘 드러난다.
한 시골 마을에 사는 마하비르 싱 포갓(아미르 칸 분). 그는 젊은 시절 레슬링 인도 챔피언이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국가대표 금메달의 꿈을 접는다. 이후 아들을 낳아 자신의 못다 한 꿈을 이루려 하지만, 줄줄이 딸만 넷을 낳자 자포자기한다. 그러던 중 큰딸 기타와 둘째 딸 바비타가 남자아이 2명을 가볍게 제압한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뀐다. "꼭 아들만 금메달을 딸 필요는 없잖아."
그 뒤 어린 두 딸을 데리고 레슬링 특훈에 돌입한다. 훈련은 엄격하다 못해 혹독하다. 훈련에 방해된다며 딸의 머리를 남자처럼 바짝 자르고, 치마 대신 반바지를 입게 한다. 철저한 식단 조절은 물론 그 나이 또래가 즐기는 각종 놀이도 못하게 통제한다. 심신이 지친 딸들은 소심한 반란을 해보지만,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된 뒤 생각을 바꾼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고, 14살만 돼도 시집가서 아이 낳고 살림하는 게 당연시되던 인도에서 남성의 전유물인 레슬링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은 일. 아버지는 딸들이 그런 편견을 딛고 당당하게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길 바란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비웃음과 싸늘한 시선을 견디며 훈련에 매진한 결과, 첫째 딸은 남자들을 잇달아 때려눕히고 지역 챔피언이 되고, 여성 레슬링 국가대표로 뽑힌다.
영화는 고난과 역경 끝에 승리한다는 스포츠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성공과 감동의 실화는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결말을 알면서도 박수치게 된다. 이 영화의 묘미 중 하나는 실제 경기장면을 보는 듯한 레슬링 경기다.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박진감 있게 재현해냈다. 3천 명이 넘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인 배우 파티마 사나 셰이크, 산야 말호트라가 훈련 캠프에서 7∼8개월간 혹독한 훈련을 받은 뒤 직접 찍은 장면이다.
영화 '세 얼간이'로 국내 팬들에게도 알려진 인도 국민배우 아미르 칸이 아버지 역을 맡아 젊은 시절부터 배가 불룩한 50대까지 소화했다. 컴퓨터 그래픽이나 보형물에 의지하지 않고, 직접 체중을 늘리거나 빼는 방식으로 외모에 변화를 줘 30년 세월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이 영화는 듣는 즐거움도 준다. 주인공의 심리를 대변하는 노랫말이 담긴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가 시종일관 경쾌하게 흘러나온다. 제목 '당갈'은 인도말로 레슬링 경기라는 뜻이다. 극장 문을 나설 때면 '당갈, 당갈∼'이라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가 귓가를 맴돈다.
인도 역대 최고 흥행작이다. 인도에서 2016년 개봉해 3천600만 명이 관람했다. 중국에서도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제3세계 영화로는 처음으로 흥행 수익 1억 달러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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